
지구온난화가 남극 해빙을 녹이는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해수 염분이 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수면의 염분이 높을수록 해빙 면적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알레산드로 실바노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남극 인근 바다에서 수면 염분이 높을수록 해빙 면적이 작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바노 박사는 "우리가 전혀 다른 해양 시스템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빙하 융해수와 강수량 증가로 수면 염분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위성 밝기 데이터와 해양 관측장비로 측정한 실측 수온·염분 자료 모두, 실제로는 염분이 오르고 있다는 신호를 보였다. 실바노 박사는 "처음에는 위성 오류를 의심했지만, 물리 관측 자료가 같은 추세를 보여 신호가 실제라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염분 증가가 해수 밀도를 높이고 따뜻한 심해수를 위로 끌어올려, 해빙을 빠르게 녹이고 겨울철 재결빙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해빙이 줄면 담수 유입이 줄고, 다시 염분이 높아지는 악순환 구조가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콜로라도대학교 샤론 스태머존 박사는 "이 연구는 남극 해빙 감소 원인을 설명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5년까지는 수면의 담수층이 염분을 낮추며 열을 가두는 뚜껑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 뚜껑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남극은 북극과 달리 2010년대 초까지 해빙 면적이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10년간 빠르게 줄고 있다. 스태머존 박사는 "복잡한 해양 역학과 부족한 관측 자료 때문에 지난 10년간 원인을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 활용된 관측 자료 중 일부는 미국국방부가 제공하는 위성 데이터에 기반한다. 그러나 해당 위성의 운영이 이달 31일부로 종료될 예정이라 연구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스태머존 박사는 "북극과 남극 해빙뿐 아니라 허리케인 예측에도 쓰이는 데이터인데, 다른 위성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향후 유럽우주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 다른 기관의 자료를 통해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다. 실바노 박사는 "관측이 계속되어야 해빙 변화의 경향을 장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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