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해' 표기된 옛 지도도 함께 선물
"한국은 다시 주권을 찾을 것, 나는 한국과 한국민이 미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믿어 의심치 않는다."
110년전 한국의 독립을 내다본 헝가리 신부의 수기가 공개됐다.
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헝가리를 국빈 방문한 김정숙 여사는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1902년 헝가리인 최초로 고종 황제를 알현한 것으로 알려진 버이 삐떼르 신부가 남긴 일기(1902년)와 저서(1918년)를 전달받았다.
해당 기록물에는 청일전쟁(1894년) 이후 버이 삐떼르 신부가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기록한 궁궐의 모습, 조선의 문화, 국민들의 생활상 등이 적혀 있다. 특히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담겨있다.
삐떼르 신부는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숨진 '구한말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선량한 일본의 애국자임은 틀림없을지 모르겠으나, 잔학하고 냉혹한 인물이었다"고 묘사했다. 또 "그는 결국 그가 한국인들에게 행한 범죄로 말미암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기록했다.
신부는 한국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날 것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지배와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에 대해 영원한 지배를 존속시킬 수 없을 것이다"거나 "한국인들은 일본의 침략자들보다 우수하다", "한국은 다시 주권을 찾을 것이다"고 썼다.
끝으로 "세상의 무대는 대서양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라며 "그때는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와 시베리아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나는 한국과 한국민이 미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남겼다.
이밖에도 헝가리 순방팀은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小東海, MARE ORIENTALE MINVS)라고 명시한 '고(古)지도'도 전달받았다. 1730년 유럽에서 제작된 이 지도는 18세기 유럽에서도 동해를 한국에 속한 동쪽 바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지도의 경우 1739년판이 가장 많지만,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전달한 지도는 1730년판으로 희귀한 초기본이다.
답례로 한국 국가기록원은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세종장헌대왕실록을 전통방식으로 복제해 헝가리에 선물했다. 세종장헌대왕실록은 세종의 즉위년 8월부터 세종 32년 2월에 승하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조선왕조실록의 한 부분이다. 국보 제151호에 해당하며 모두 163권 154책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김 여사가 방문한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1756년 유럽 최초의 기록보존소로 설립돼 현재는 3000km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를 보존·관리 중이다. 소장 기록 중에는 17세기 이후 우리나라와 관련한 기록이 다수 있으며, 한국 국가기록원은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 이후 관련 기록 7만여건을 수집했다.
김 여사는 이날 방문에서 삐떼르 신부의 수기에 대해 "100년 후의 한국 국민들께 보내는 편지같은 글"이라며 "격동의 시기에 무너지지 않은 조선인들의 고귀한 자존심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어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총 길이 3000㎞의 기록 속에서 한국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기록을 찾아내 준 양국 국가기록원의 연구자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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