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EU의 '무책임'...환경손해배상에 반대

기후대응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과학기술의 부재가 아닌 국가간 신뢰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간) 국제 기후위기자문단(CCAG)이 발간한 '후유증: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고' 보고서에 따르면, COP26이 석탄화력발전의 점진적 축소 등 공동의 목표를 모아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도출해냈지만, 정작 국가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기껏 합의한 목표를 실제로 이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크게 2가지 문제를 짚었다. 첫째 COP26은 국제 기후전환기금 마련에 실패했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저소득국가가 저탄소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9조원) 규모의 기후전환기금을 마련할 것에 합의했다. 하지만 COP26에서도 기후전환기금은 구체화되지 못했으며, 전문가들은 적어도 2023년에 이르러 금액량이 충족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의 회계감사 결과, 부족한 분이나마 모금된 기금마저 대부분 무상원조가 아닌 사금융이나 유상원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이 국가간 신뢰에 있어 '파멸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적었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의 합의안은 당장의 곤란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저소득국가들은 선진국의 지원금에 대한 불신을 기저에 깔고 적극적으로 녹색전환에 나서지 않으면서 기후대응이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둘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환경손해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탄소배출에 기여한 분이 거의 없는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기후정의 논의의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일례로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폐의 위기에 처했지만, 원인을 제공한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들은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COP26은 이를 다음 회기에 다룰 안건으로 미루면서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CCAG는 당장의 존폐의 위기에 처한 국가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효용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즉각적인 경로를 제시했어야 한다며 선진국의 안일함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CCAG의 자문단장이자 영국의 수석과학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킹 경은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사이의 근본적인 신뢰가 훼손되면 세계는 조만간 재앙적인 결과를 마주할 것"이라며 "선진국이 가난한 나라들과의 관계를 재조정하지 않는다면 규모와 속도에 있어 상승하는 지구 평균기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