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남긴 COP26...서로 남탓하며 국가간 불신만 키웠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6 12:32:31
  • -
  • +
  • 인쇄
CCAG, 국제 기후전환기금 마련 실패 꼬집어
미국과 EU의 '무책임'...환경손해배상에 반대


기후대응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과학기술의 부재가 아닌 국가간 신뢰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간) 국제 기후위기자문단(CCAG)이 발간한 '후유증: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고' 보고서에 따르면, COP26이 석탄화력발전의 점진적 축소 등 공동의 목표를 모아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도출해냈지만, 정작 국가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기껏 합의한 목표를 실제로 이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크게 2가지 문제를 짚었다. 첫째 COP26은 국제 기후전환기금 마련에 실패했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저소득국가가 저탄소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9조원) 규모의 기후전환기금을 마련할 것에 합의했다. 하지만 COP26에서도 기후전환기금은 구체화되지 못했으며, 전문가들은 적어도 2023년에 이르러 금액량이 충족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의 회계감사 결과, 부족한 분이나마 모금된 기금마저 대부분 무상원조가 아닌 사금융이나 유상원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이 국가간 신뢰에 있어 '파멸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적었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의 합의안은 당장의 곤란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저소득국가들은 선진국의 지원금에 대한 불신을 기저에 깔고 적극적으로 녹색전환에 나서지 않으면서 기후대응이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둘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환경손해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탄소배출에 기여한 분이 거의 없는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기후정의 논의의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일례로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폐의 위기에 처했지만, 원인을 제공한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들은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COP26은 이를 다음 회기에 다룰 안건으로 미루면서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CCAG는 당장의 존폐의 위기에 처한 국가들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효용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즉각적인 경로를 제시했어야 한다며 선진국의 안일함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CCAG의 자문단장이자 영국의 수석과학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킹 경은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사이의 근본적인 신뢰가 훼손되면 세계는 조만간 재앙적인 결과를 마주할 것"이라며 "선진국이 가난한 나라들과의 관계를 재조정하지 않는다면 규모와 속도에 있어 상승하는 지구 평균기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