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 위험성 언급도 안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11월 일본 도쿄전력이 발표한 '후쿠시마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 대해 오염수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검토의견을 도쿄전력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도쿄전력의 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부 지침을 편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며 "충분한 과학적 근거없이 오염수 해양 방류가 10㎢ 이내의 해역과 해양생태계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도쿄전력의 단편적인 방사선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IAEA 지침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지만 그린피스의 검토의견은 달랐다. IAEA의 일반 안전지침 'No.GSG-9'에 따르면 방사선 영향평가는 원전부지 주변의 물과 토양, 식물, 곡물 등 다양한 환경영역에서 종합적으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 어디에도 종합적인 환경영향 평가내용이 없다. IAEA의 지침을 지엽적으로 차용했을 뿐이다. 또 오염수가 최소 30년간 방류될 경우에 해양생태계에 끼칠 장기적인 피폭 피해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의 오염수 처리지침은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농도를 측정하지도 않고 그대로 바다에 방류하도록 돼 있다.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생물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이를 초래하는 방사능 물질이지만,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이런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방류될 경우, 바닷물의 유기결합 삼중수소(Organically Bound Tritium, OBT) 농도는 점차 증가한다.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체내 배출이 잘 안되기 때문에 방사선 피폭 영향이 크다.
IAEA는 새로운 방사성 물질의 오염 경로가 발견된 경우, 이를 평가에 반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올 3월 발표된 일본 전력중앙연구소(Central Research Institute of Electric Power Industry)의 조사결과 등 최근까지 밝혀진 방사성 오염 경로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전력중앙연구소가 후쿠시마 연안의 퇴적물에서 채취한 7개의 샘플 전부에서 세슘 고함량 미립자가 발견됐다. 세슘 고함량 미립자는 고선량 방사능을 뿜는 밀리미터 수준의 소입자로, 기상 영향에 따라 넓은 범위까지 이동하며 흡입시 피폭의 원인이 된다. 2019년에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됐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오염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을 위해 원자로에 대량의 냉각수를 투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을 취하면 원자로에 남은 스트론튬 90, 플루토늄, 우라늄 등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알파 핵종이 전량 오염수가 된다. 현재 저장된 약 128만톤의 오염수에 더해,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은 더 유독하고 더 많은 양의 오염수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다.
그린피스 장마리 탈원전 캠페이너는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평가는 오염수의 2차 정화 처리가 반드시 성공하는 상황만 전제하고 있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며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오염수 해양 방류 자체가 과학·기술적으로 불가피한지에 대한 도쿄전력의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전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경미하다"고 주장했으며, 오는 18일까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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