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습도·온도 늘면서 대기 불안정
북극의 마른 하늘이 지구온난화로 습윤해지면서 지난해 낙뢰가 7278회나 내리쳤다. 이는 지난 9년동안 내리친 낙뢰 횟수의 약 2배에 달한다.
핀란드 뇌우감지기 제조업체 바이살라(Vaisala)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례낙뢰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북극 대부분의 지역에서 낙뢰는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북극에서도 가장 높은 위도에 속하는 북위 80도 이북지역에서 낙뢰 횟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최근 북극은 낙뢰 횟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기온상승이 지구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속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살라 소속 연구원 크리스 바가스키(Chris Vagasky)는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극의 기상조건이 변화하면 냉해나 폭염, 강우량 급증 등 이상기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낙뢰를 기후변화를 특징짓는 주요변수인 '핵심기후변수'(ECV)로 지정한 바 있다. 특히 북극의 낙뢰는 기후변화로 극지방까지 고온다습한 공기가 침범했음을 시사한다. 뇌우가 발생하려면 불안정한 대기와 상승작용 그리고 높은 습도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근래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증발한 수분으로 대기중 습기가 많아졌고, 상승한 기온이 대기 불안정성을 유발해 벼락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매년 평균적으로 산불의 15% 가량이 낙뢰로 발생한다. 낙뢰로 발생한 산불은 피해면적이 크다. 지난해 시베리아, 미국, 터키 등 전세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17억6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이때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지구온난화가 더 가속화되면서 낙뢰가 더욱 빈번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낙뢰는 직접적인 인명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브라질에서만 2억회가 넘는 낙뢰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20여명이 사망했다. 미국도 지난해 약 1억9455만회의 낙뢰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2400만회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낙뢰 횟수가 12%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가스키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낙뢰가 더 빈번해졌고, 낙뢰로 인한 산불도 더 늘어나고 있다"며 "북극의 낙뢰 추이를 감시하는 일은 중요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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