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과 폭염 겹치면 대기오염 최악
미국 서부지역의 산불과 폭염이 갈수록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공기청정기를 갖춘 대피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WSU)이 주도한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남한 면적의 16%가 불타 버렸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2020년, 산불이 발생한지 하룻만에 미국 서부지역의 68%가 대기오염에 시달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산불로 약 4300만명이 대기오염에 노출되는 피해를 당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2001년~2020년 캐나다와 미국의 서부 전지역에서 측정한 대기질 데이터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서 생성한 ERA5 대기 분석정보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위성에서 얻은 산불정보와 취합해 분석한 것이다. 'ERA5' 데이터는 지표에서 80km 높이까지 137개 레벨을 사용해 대기를 분석한다.
또 대형 산불과 폭염이 발생했던 2020년에 미국 서부지역의 대기오염 농도는 20년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산불과 폭염이 겹치면 대기오염은 더 악화됐다. 산불 연기는 공기 중 미세입자를 증가시키고, 열은 연기와 기타 오염물질을 결합해 더 많은 오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성층권의 오존은 대기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면에서 형성되는 오존은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오존은 스모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서부지역은 지난 20년동안 대기오염의 빈도와 지속성이 증가했다. 피해지역도 갈수록 넓어지면서 대기오염 피해자가 매년 250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드미트리 칼라시니코프 WSU 박사과정 연구원은 "지난 20년동안 미세먼지와 오존이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이는 산불과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서부의 경우는 보통 겨울철에 대기오염 물질이 더 많았는데 산불이 발생하면 여름철에 미세먼지와 지상의 오존 농도가 더 많아진다. 미세먼지와 오존이 증가하게 되면 이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는 사람들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동저자 뎁티 싱 WSU 조교수는 "이 지역에 예측된 고온건조 기후가 산불 및 폭염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기후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누가 대기오염에 노출됐는지, 노출을 최소화할 방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대책강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진들은 "이 지역의 대기오염은 폭설이나 폭염처럼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공기청정 필터를 갖춘 대피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작업현장에서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싱 교수는 "대기오염 발생지역이 너무 광범위해서 이를 피해가기는 어렵다"면서 "100마일을 지나도 공기가 깨끗한 곳을 찾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논문은 5일(현지시간)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학술지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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