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 들어야 할 꿀벌이 기온오르자 채밀 활동
전라남도 해남군 양봉 농가에서 수백만 마리의 꿀벌이 한꺼번에 사라진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최용수 박사는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해남지역에서 꿀벌이 한꺼번에 사라진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감염병에 의해 꿀벌이 사라지거나 폐사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양봉농가 사이에서 나돌았지만 농진청의 역학조사에서 감염병이 아닌 이상기후로 인한 집단폐사로 밝혀졌다.
해남지역 양봉농가에서 키우던 꿀벌들이 집단폐사하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알려진 것은 이달초다. 그러나 이같은 사건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이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남지역에 있는 약 2만통의 벌통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같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농진청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꿀벌은 기온이 떨어지면 활동량을 줄이고 겨울나기(월동)에 들어간다. 벌통에서 서로 뭉치면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꿀벌의 월동 시기는 기온이 떨어지는 11월~3월 사이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 지난해 11월~12월 해남지역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훨씬 높은 13.5도에 달했다. 기온이 높아지니 꿀벌들은 월동에 들어가지 않고 가장 따뜻한 오후 2~3시에 꿀채집에 나섰다. 여기에 일교차까지 심해지면서 오후 4시 이후 기온이 뚝 떨어졌고, 이때까지 미처 벌통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꿀벌들은 추워서 죽어버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꿀벌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급기야 꿀벌로 가득차 있어야 할 벌통은 텅 비어버린 것이다. 최용수 박사는 "꿀벌들이 어느날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꿀벌의 천적인 응애 발생이 심해 평년보다 살충제를 3배 이상 처방한 것도 이번 꿀벌 집단폐사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응애에 시달리고 살충제로 인해 체력이 약해진 꿀벌들이 동면에 들지못하고 채밀에 나서면서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들의 약 63%가 꿀벌을 매개로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꽃가루를 묻혀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꿀벌 개체수가 감소하거나 사라지면 전세계는 식량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일벌들이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벌집에 있던 애벌레와 여왕벌이 폐사하는 '군집붕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의 양봉장에서도 벌의 25∼40%가 자취를 감추는 '군집붕괴' 현상이 벌어졌다.
이번에 해남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사건도 '군집붕괴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용수 박사는 "꿀벌은 사회적 곤충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일벌 개체수가 10%만 감소해도 군집붕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박사는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위기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번식을 못하면서 탄소흡수량도 줄어들어 기후위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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