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보다 무서운 기후위기…'취약종' 인도코뿔소가 죽어간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5 15: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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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홍수·침입종의 성장이 코뿔소 서식지 파괴
▲네팔 치트완국립공원의 인도코뿔소.(사진=Wildlife of Nepal 유튜브 캡처)

밀렵으로 멸종위기까지 갔던 인도코뿔소가 이제는 기후위기로 더 큰 위협을 겪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기후변화로 인도코뿔소의 보존에도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코뿔소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취약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1950년대 이전에는 1000여 마리의 코뿔소가 네팔의 초원과 숲을 돌아다녔지만 밀렵과 토지개발로 인해 1965년대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 후 1973년 국립공원이 지정됐고 공동으로 노력한 덕분에 코뿔소 개체수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네팔의 인도코뿔소 수는 1965년 100마리에서 2021년 752마리로 증가하면서 보존계획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네팔의 치트완국립공원은 인도의 카지랑가국립공원 다음으로 인도코뿔소가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두 공원이 전체 코뿔소 개체수의 70%를 차지한다. 치트완의 코뿔소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매년 상당수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후변화가 일어나면서 코뿔소에게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2016~2020년 밀렵으로 죽은 개체는 약 5마리에 불과했지만, 코뿔소 100여 마리가 자연사하거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네시 팬트 호주 서던퀸즐랜드대학 박사과정 학생은 기후위기를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팬트의 연구팀은 민감성, 노출도, 적응력에 따른 인도코뿔소의 기후위기 취약성을 조사했다. 민감성은 한 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정도, 노출도는 물리적 환경이 변화하는 정도, 적응력은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기후변화로 빈번해지는 가뭄 및 홍수가 이미 치트완 국립공원의 코뿔소 개체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코뿔소에게 적합한 초원 서식지를 유지하려면 충분한 물이 필요하다. 코뿔소는 연못을 이용해 체온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극심한 홍수가 발생해 코뿔소들이 인도 하류로 휩쓸리고 상류에서 잔해와 쓰레기가 유입됐으며, 가뭄은 코뿔소에게 필요한 연못 수를 줄이고 있다.

게다가 덩굴등골나무(미카니아 미크란타), 샴 위드(크로몰레나 오도라타) 등 침입종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며 코뿔소의 주요 서식지인 초원을 잠식하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의 연구팀이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토지개발에 의해서도 50년 이내에 네팔 코뿔소 서식지의 1/3 이상이 파괴될 수 있다.

연구팀은 21가지 지표를 개발해 네팔에 있는 코뿔소들의 기후변화 취약성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주로 서식지의 분열, 가뭄, 산불과 함께 침입종 및 홍수로 인해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적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나마 코뿔소가 적응력이 뛰어난 종이라 취약성이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팬트는 "코뿔소가 기후변화로 인해 당장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개체수를 유지하려면 지금부터 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웬디 포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기후변화전문가는 "현재 6500만년 만에 가장 빠른 기후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보존계획이 잘 유지되려면 가능한 모든 미래 영향을 예상해야 한다"며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일은 부분적으로 장기 관찰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는 "종의 취약성, 잠재적인 영향의 메커니즘, 민감성 및 적응력 등을 철저히 평가하기 전에 종 보전계획을 세우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나레쉬 수베디 네팔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Nature Conservation)의 보존프로그램관리자는 개체수 및 서식지 관리의 개선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코뿔소 개체수 증가율이 8%라고 가정했을 때, 이를 유지한다면 기후변화로 매년 코뿔소 개체수의 3%씩 잃더라도 개체수 유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트 또한 개체수를 보전하려면 1년 내내 서식지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연못 유지, 홍수 영향 관리, 레퓨지아(비교적 기후변화의 타격이 적은 지역) 조성, 적극적인 초원과 습지 관리 등, 기후위기에 대응해 인도코뿔소를 보전할 7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팬트는 "기후변화 자체를 늦추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적응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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