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價 폭등' 화석연료 투자 기회? "수익·환경 모두 잃을 것"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7 16:10:38
  • -
  • +
  • 인쇄
7년만에 90달러 '돌파'...화석연료 신규투자 늘어
"공급초과로 637조원 손해, 기온상승 2°C 이하 억제도 미지수"

폭등하는 세계 원유가격 상승세에 편승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경우 기후위기도 막지 못하고, 원금 회수도 못하는 최악의 '루즈-루즈(lose-lose)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후위기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의 금융전문가 기관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는 27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세계 원유거래의 기준이 되는 대표 유종 브렌트유는 지난 26일 배럴당 90.02달러(약 10만8275원)를 기록했다. 2020년 4월 배럴당 20달러(약 2만4060원) 선에 머물던 브렌트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경색되면서 대체재를 찾는 수요가 늘었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지정학적 긴장과 중동 지역 공급 우려 등의 요인이 작용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이처럼 원유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신규 화석연료사업이 유리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지만, 투자한 화석연료사업이 시작할 때 쯤이면 수요가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발빠르게 전기자동차와 재생에너지 사업 드라이브를 걸면서 2020년대 후반부터 2040년까지 원유 수요가 꾸준한 내리막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카본트래커는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8°C 이내로 억제가 가능한 수준의 화석연료 수요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지금과 같은 추세로 아무런 제약 없이 신규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2022~2026년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6년을 변곡점으로 2040년까지 심각한 공급초과가 발생하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5300억달러(약 637조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Capital Expenditures) 손해를 안길 것으로 전망했다.


▲2022~2040년 원유 수요·공급 예상 그래프. 회색은 최종투자결정(FID) 사업으로 공급되는 원유량, 붉은색은 신규 사업, 실선은 기온상승폭 1.8°C 제한선에 맞춘 수요곡선이다. (자료=카본트래커)  


경제적 피해는 물론 환경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신규 화석연료사업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면서 기온상승을 막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의 평균기온을 2°C 이하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해수면이 7m 상승하면서 사용 가능한 물이 30% 감소하고, 북극생물의 40%가 멸종하는 등 인간과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보고서는 "신규 화석연료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게 되면 투자자와 환경운동가에게 악몽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본트래커는 이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휴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려 일일 원유생산량을 200만배럴 더 증산하도록 권고했다. OPEC이 일일 원유생산량을 200만배럴 더 추가할 경우 국제 원유가격은 80달러(약 9만6200원)선으로 제한할 수 있으며, 향후 수년간 높은 원유가격으로 비롯한 투자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주 "전세계적으로 미래 에너지 수요에 걸맞는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 미래 에너지 시장 위기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저탄소 에너지원 대상 투자금액을 3배 이상 증액하도록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기후정부' 출범했는데...광역지자체 '무늬만 탄소중립' 수두룩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