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초과로 637조원 손해, 기온상승 2°C 이하 억제도 미지수"

폭등하는 세계 원유가격 상승세에 편승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경우 기후위기도 막지 못하고, 원금 회수도 못하는 최악의 '루즈-루즈(lose-lose)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후위기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의 금융전문가 기관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는 27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세계 원유거래의 기준이 되는 대표 유종 브렌트유는 지난 26일 배럴당 90.02달러(약 10만8275원)를 기록했다. 2020년 4월 배럴당 20달러(약 2만4060원) 선에 머물던 브렌트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경색되면서 대체재를 찾는 수요가 늘었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지정학적 긴장과 중동 지역 공급 우려 등의 요인이 작용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이처럼 원유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신규 화석연료사업이 유리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지만, 투자한 화석연료사업이 시작할 때 쯤이면 수요가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발빠르게 전기자동차와 재생에너지 사업 드라이브를 걸면서 2020년대 후반부터 2040년까지 원유 수요가 꾸준한 내리막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카본트래커는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8°C 이내로 억제가 가능한 수준의 화석연료 수요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지금과 같은 추세로 아무런 제약 없이 신규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2022~2026년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6년을 변곡점으로 2040년까지 심각한 공급초과가 발생하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5300억달러(약 637조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Capital Expenditures) 손해를 안길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적 피해는 물론 환경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신규 화석연료사업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면서 기온상승을 막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의 평균기온을 2°C 이하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해수면이 7m 상승하면서 사용 가능한 물이 30% 감소하고, 북극생물의 40%가 멸종하는 등 인간과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보고서는 "신규 화석연료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게 되면 투자자와 환경운동가에게 악몽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본트래커는 이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휴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려 일일 원유생산량을 200만배럴 더 증산하도록 권고했다. OPEC이 일일 원유생산량을 200만배럴 더 추가할 경우 국제 원유가격은 80달러(약 9만6200원)선으로 제한할 수 있으며, 향후 수년간 높은 원유가격으로 비롯한 투자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파티 비롤(Fatih Birol)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주 "전세계적으로 미래 에너지 수요에 걸맞는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 미래 에너지 시장 위기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저탄소 에너지원 대상 투자금액을 3배 이상 증액하도록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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