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만든 재앙...'탄소저장고' 영구동토층이 녹고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2-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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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산불로 열카르스트 지형 60% 증가
대량의 탄소배출로 지구온난화 더 가속
▲북부 알래스카 툰드라의 영구동토층이 해빙돼 형성된 열카르스트 지형 (사진=지구물리학회)


'탄소저장고'로 불리는 영구동토층의 해빙률이 지난 65년간 발생한 북극의 산불로 60% 증가하면서 기후위기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국 윌리엄 앤 메리 버지니아해양과학대학의 야핑 첸 박사연구팀은 지난 1950년~2015년 사이에 발생한 산불과 기후변화가 열카르스트 발생률을 60% 증가시켰다고 최근 발표했다. 산불은 북극의 약 3%만 태웠지만 열카르스트 지형은 10% 이상 늘렸다. 열카르스트(thermokarst)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형성되는 지형을 말한다. 아한대 숲의 경우 열카르스트 형성이 20~30년간 지속된다.

영구동토는 2년 이상 1년 내내 항상 얼어있는 땅으로, 지구표면의 약 14%인 2100km²에 이른다. 주로 북극의 고위도에 위치한 영구동토층은 지구 유기탄소의 33%를 저장하고 있으며 북극 전체의 물리적, 생태적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영구동토층은 현재 대기에 존재하는 탄소량보다 최소 2배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이에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식생의 변화뿐 아니라 대량의 탄소배출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다. 대량의 탄소가 배출될 경우 지구온난화가 더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발생한 아낙투부크강 산불은 거의 3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10만 헥타르의 알래스카 툰드라를 휩쓸었다. 이 산불로 지역식생이 변화하고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면서 열카르스트 지형이 형성됐다. 열카르스트는 영구동토층보다 탄소포집률이 낮고 생태계가 적다.

연구진은 산불 및 기후변화가 어떻게 열카르스트 지형을 형성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알래스카 노아탁국립보호구역에 초점을 맞춰 지난 70년간의 이미지를 초고해상도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의 기온은 이미 1950년보다 2.1℃ 상승해 있었다. 연구기간동안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 때문이기도 했다.

영구동토는 식물과 유기물로 이뤄진 활동층으로 덮여있어 기후변화로부터 보호받는다. 이 활동층은 여름에 해동되면서 툰드라 생태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산불로 이 보호층이 사라지면 영구동토층이 따뜻한 기온에 노출되면서 열카르스트를 형성한다. 또 산불은 목탄층을 퇴적시켜 지면의 태양광선 반사율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해당지역은 주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해 온도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러나 산불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열카르스트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땅이 축축해져 불이 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문제는 산불이 발생하면 내화성 종을 중심으로 툰드라 식생이 변화하면서, 기존 식생보다 탄소저장률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북극의 탄소 및 담수 배출량이 증가할 수 있다. 첸 박사는 "이 물이 메탄을 방출할 수도 있다"며 "배수 과정에서 토양이 건조해져 결국 산불 발생가능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첸 박사는 앞으로 더 넓은 범위에서 영구동토층의 해빙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거의 모든 것이 북극 영구동토층에 달려있다"며 영구동토가 녹아 탄소가 방출되면 토양의 회복 가능성은 전무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러한 영향은 북극 산불이 증가하면서 더욱 심각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탄소방출뿐 아니라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면 그 위에 세워진 기반시설과 공동체를 위협한다.

더욱이 영구동토층에는 고대의 미생물을 비롯해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화학물질 및 방사능 물질들이 모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이렇게 얼음에 갇혔던 미생물이나 유해물질들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폐기물이나 방사능이 유출되면 토양 및 하천 등이 오염되고, 미생물이 유출되면 예상하지 못한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연구진이 네이처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학술지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추정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는 2100년까지 영구동토층의 3분의 2가 사라지면서 각종 핵폐기물과 미생물들이 대거 유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첸 박사는 "일반적으로 툰드라에서는 산불이 드물어 불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지 않았지만 이번 발견은 산불이 실제로 툰드라 생태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열카르스트 형성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첸 박사는 "영구동토층이 정확히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여전히 지식이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열카르스트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발달할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시베리아를 포함한 북극지역에서 이번 연구를 증명해나갈 계획이다.

이 연구결과는 원어스(One Earth) 학술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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