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 대형화되는 이유...과연 기후변화와 관련없을까?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0 11:29:31
  • -
  • +
  • 인쇄
온도상승으로 북반구 봄비 갈수록 뜸해져
2021년 겨울강수량 예년의 14.7%에 그쳐
▲경북 울진군 신림리 지역 산불현장 (사진=연합뉴스)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어 역대급 피해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당국이 산불 진화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땅속과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면서 진화율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삼척의 경우는 피해 면적은 650헥타르(㏊)에서 1253㏊로 늘어나면서 진화율이 80%에서 다시 65%로 줄었다.

주불진화가 완료된 강릉과 동해, 영월 등은 현재 잔불정리를 하고 있지만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강릉·동해의 피해면적은 4000㏊에 달하고, 삼척은 650㏊, 영월 80㏊에 이른다.

울진은 금강소나무 숲이 조성된 소광리 부근의 진화가 마무리되면서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잔불까지 모두 끄는 완전진화가 안된 상태여서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져 당국은 진화 작업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일 최병암 산림청장은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약한 서풍이 불면서 연무가 동쪽으로 이동해 시야 확보가 가능해졌다"면서 "금강송 군락지 불줄기를 조속히 정리하고 모든 자원을 동원해 산불 본진인 응봉산 일대를 집중 공략해 현재 75%인 진화율을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10일 새벽까지 집계된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은 2만3000ha에 이른다. 이는 역대 최대 피해를 입혔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규모 2만3794ha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서울면적(6만500ha)의 3분의1 이상이 불타 버렸다. 문제는 아직도 진화율이 75%에 이르고 있어 이번 산불의 피해는 역대급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가뭄이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극심한 가뭄이 산불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바싹 마른 나무와 토양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피해지역을 더 키운 것이다. 실제로 2021년 겨울철 강수량은 예년의 평균 강수량 89.0㎜의 14.7%인 13.3㎜에 그쳤다. 이는 1973년 이후 최저 기록이다. 

겨울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가 기후변화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북반구 지역의 봄철 강수 빈도가 줄어든다는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이 연구에서 북반구 지역은 봄철 강우 빈도가 줄면서 2100년까지 10년마다 봄이 1~2일 더 빨리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비오거나 흐린날이 줄면 햇빛이 땅과 대기를 덥히면서 낮기온이 더 높아지고, 반대로 밤에는 열을 가둘 구름이 없어 기온이 더 빠르게 떨어져 일교차가 심해진다. 이런 일교차는 식물들로 하여금 봄이라고 생각하게 해 잎이 점점 더 일찍 돋아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발생한 산불은 245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발생한 건수의 2배에 육박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산불이 늘어나고 있다. 산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려 지구온난화를 더욱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생한 산불로 17억6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야생동물의 서식지들이 파괴되면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산림면적이 줄면서 산성비와 대기오염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하늘로 치솟는 산불 연기는 오존층까지 파괴하고 있다.

유엔은 캘리포니아, 호주, 시베리아를 초토화시킨 산불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말까지 50%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간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산불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환경, 야생동물, 인간의 건강, 사회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전세계 산불 추세가 크게 변화해 이전에는 산불에 영향을 받지 않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코오롱, 저소득층 아이들 위한 기부천사 '드림팩' 진행

코오롱그룹이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위한 선물꾸러미 '드림팩(Dream Pack)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코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확 줄었다'...설 선물세트 '친환경' 대세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포장이 판을 치던 예년과 달리, 올해 설 선물세트 시장은 친환경 포장재가 대세로 굳어진 모습이다. 20일 본지가 백화점과 대형마

트럼프 취임식 4대그룹 총수 '불참'...참석하는 韓기업인 누구?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취임식에 참석하는 우리 기업인들의 명단도 윤곽이 드러나고

네이버, IDC주변 생물다양성 보전 위해 생태학회와 '맞손'

네이버가 한국생태학회와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을 발굴하고 ESG경영을 고도화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17일 네이버는 "이번 협업으로 네이버와 한국생

"어려운 전문용어 쉽게"...LG U+, 2만개 용어와 문구 개선

LG유플러스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해온 '고객 언어혁신' 활동의 결과로 총 2만개의 통신용어와 문구를 검수해 고객중심의 언어로 순화했다고 16일 밝혔

CJ제일제당, ESG 속도...BIO부문 '전과정평가(LCA)' 완료

CJ제일제당이 BIO사업부문 주요 사업장에서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이하 LCA)를 완료하며 글로벌 지속가능경영(ESG)에 속도를 낸다.CJ제일제당은 미

기후/환경

+

가뭄이 빚어낸 대재앙 'LA산불'…우리나라는 안전할까?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위협을 받

40년來 가장 최악 'LA 산불'...12일째 다행히 확산은 멈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이 12일째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산불이 최근 40년 이래 캘리포니아주 최악의 산불이라는 분석이

변화하는 기상현상..."LA 산불은 '기후채찍질' 현상이 낳은 재해"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번갈아 발생하는 '기후채찍질' 현상이 이번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불길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후채찍질 현

미국은 풀고 EU는 조이고...기후규제 양극화에 韓 전략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기후리더십이 크게 약화되고, 유럽연합(EU) 중심의 친환경 규제는 강화되면서 기후정책의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

"기후변화는 사기' 외친 트럼프가 발탁한 환경청장 "기후변화는 현실"

'기후위기 부정론자'로 알려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발탁한 환경보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기후변화는 현실"이라고 발

21일 전후 태양계 행성 정렬현상...6개 행성 동시 관찰

오는 21일 전후로 밤하늘에서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17일 국립과천과학관에 따르면 오는 21일 전후로 여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