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수요 증가로 플라밍고 서식지 큰 타격예상
기후변화와 리튬 채굴로 칠레 안데스산맥에 서식하는 플라밍고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호르헤 구티에레스 에스파냐 에스트레마두라대학 생태학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진과 진행한 공동연구에서 안데스산맥에서만 서식하는 플라밍고 2종이 리튬 채굴에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11년만에 개체수가 10~12%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왕립학회지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칠레 안데스산맥의 소금물호수 살라르 데 아타카마에서 먹이와 번식활동을 하는 플라밍고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 호수는 기후변화와 리튬 채굴로 호수 수위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원료로 쓰이며, 탄소배출 감축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리튬의 대부분은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의 '리튬 삼각지대'에서 채굴된다.
이 지역은 안데스플라밍고, 제임스플라밍고 그리고 칠레플라밍고 등 3종의 플라밍고가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종은 해당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토착종으로 지역생태관광산업의 기반이다.
연구진은 칠레의 주요 리튬 채굴지인 살라르 데 아타카마를 포함해 리튬 삼각지대의 일부인 칠레 안데스산맥의 5개 호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지역 전체의 호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수 수위가 낮아지면 먹이도 감소해, 번식하는 플라밍고 수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개체수 감소는 살라르 데 아타카마에서 관찰됐다.
연구 주요저자인 호르헤 구티에레스 에스파냐 에스트레마두라대학 생태학자는 기후변화 외에도 "리튬 채굴이 살라르 데 아타카마의 호수 수위를 낮추고 플라밍고 개체군를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플라밍고의 번식에 필요한 물이 줄어들고 심지어 물이 충분하더라도 플라밍고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연구 공동저자인 네이선 세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집단생물학자는 "리튬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고려했을 때 리튬 생산은 생물다양성, 특히 플라밍고와 같이 지역경제에 중요한 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너 박사는 아직 이 지역에 미치는 광산의 영향이 크지 않아 플라밍고 감소가 심각하지 않지만 국제 수요 증가로 리튬 채굴이 계속 확장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칠레 학자들이 5개 소금물호수에서 30년간 수집한 플라밍고 데이터를 이용했다. 또 원격감지 데이터를 사용해 시간에 따른 각 호수의 수위 및 먹이 가용성의 변화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어떤 기후요인이 물과 플라밍고 먹이에 영향을 미치는지, 물과 먹이가 플라밍고 개체 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세계 리튬수요는 최근 수십년간 전기자동차, 휴대폰 및 전자장치에 사용되면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칠레 리튬 생산량이 2026년까지 2018년 대비 3배 증가하며, 채굴 범위도 살라르 데 아타카마 너머 다른 호수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구진은 "살라르 데 아타카마뿐만 아니라 나머지 지역에서도 곧 플라밍고가 감소할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2종의 플라밍고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플라밍고에 의존하는 지역생태관광산업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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