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새들...지구상 5000종 넘는 조류들 '개체 감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06 18:00:20
  • -
  • +
  • 인쇄
1만1000종 조류 가운데 48%가 개체수 감소
서식지 파괴, 기후위기, 살충제 등 '인간때문'


기후변화 요인 외에도 농업과 살충제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수십억 마리의 조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전세계 조류 1만1000여종 가운데 절반 가까이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가 '연례환경자원검토'(Annual Review of Environment and Resources) 학술지에 발표됐다. 증가세는 고작 6%에 그치고 있어 조류의 대량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조류 종의 약 48%가 개체 감소를 겪고 있다. 39%의 종은 개체수가 간신히 유지되는 수준이고, 7%는 추세를 파악할 수 없었다. 개체수가 증가하는 조류종의 비중은 겨우 6%에 그쳤다.

유럽 농경지에서 서식하는 조류 종들은 1980년 이후 무려 57%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는 값싼 식량을 공급하는 집약농업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조류 개체수는 1970년 이후 30억마리 감소했으며, 유럽에서는 1980년 이후 6억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도 최근 조류가 감소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들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으로 인해 서식지 파괴, 기후위기, 살충제 및 기타 오염, 남획과 외래종, 질병 등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캐나다에서만 매년 270만마리의 새가 살충제를 먹고 죽는다. 또 미국에서는 집고양이가 연간 새 24억마리를 죽일 수 있다. 가장 위협받는 부류는 앵무새, 알바트로스, 두루미, 호주숲칠면조 등 몸집이 크고 번식기간이 오래 걸리는 종들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만 최근 수십년간 수십억 마리의 새가 사라졌다. 온대기후 국가 및 부유한 국가에서는 더 높은 비율의 조류가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각국에 멸종위기 조류가 최소 1종 이상 서식중이다. 특히 10개국은 멸종위기 조류가 75종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8년 이후 보존 작업을 통해 멸종위기종을 70종으로 낮췄지만 그보다 훨씬 웃도는 391종이 위험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외적으로 북미와 유럽의 습지에 서식하는 물새는 1970년 이후 개체수가 13% 증가했다. 연구진은 습지지역이 초원이나 숲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복원이 보다 수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보고서는 "인간의 배출량 증가는 조류 생물다양성에 위협을 미친다"며 "조류 보존에 진전이 없다는 것은 지식 부족이기 보다 자원이나 정치적 의지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해당 연구는 남극대륙 200km 내륙에 둥지를 트는 남극풀마갈매기(Antarctic petrel)부터 아타카마사막에 서식하는 고리바다제비(Hornby’s storm-petrel)까지 다양한 조류에 주목하고 있다. 루펠독수리(Rüppell’s vulture)는 해발 1만1300미터의 고도를 날며, 황제펭귄은 해수면에서 500미터 이상 잠수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새는 씨앗을 퍼뜨리고 해충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문화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연구진은 "보존 노력이 멸종위기에 몰린 개별 종을 구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계적인 감소추세는 되돌리지 못했다"면서 "정치적 의지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트리샤 주리타(Patricia Zurita) 국제생물보존기구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 CEO는 "생태계 변화에 대한 민감성, 지구상의 편재성 그리고 연구상 수월함을 감안할 때 새들은 지구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들이 점점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스튜어트 핌(Stuart Pimm) 미국 듀크대학 교수는 연구결과의 타당성 및 신뢰성을 보장하며 "모든 조류종의 약 3분2가 열대우림에 살고 있으며 인간의 행동은 그 서식지를 축소시키고 개체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연구를 주도한 알렉산더 리스(Alexander Lees)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 박사는 "현재로서는 멸종위기종을 분류하는 데 그칠 뿐 멸종을 향한 흐름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에 무력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모두가 새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 박사는 브라질 산림벌채 등 환경파괴와 관련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지 말고 자연을 위해 정원 안에 가능한 한 많은 면적의 땅을 남겨두고, 투표로 기후지도자를 선출할 것을 권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카카오,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 발간

카카오가 2024년 한해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주요 활동과 성과를 담은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25일 발간했다.카카오는 2024년 AI

4대 금융 ESG평가 '최우수'...LG·현대차·KT·SKT 한단계 하락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개 금융지주사가 ESG경영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LG,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은 모두 한계단 하락했다.

기후/환경

+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열돔에 갇힌 美 대기오염도 악화...뉴욕 3일째 '오존 경보'

미국 중부와 동부를 뒤덮은 열돔 현상이 폭염뿐 아니라 대기질까지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뉴욕과 롱아일랜드 지역은 지상오존 농도

보조배터리부터 전자담배까지...'패스트테크' 전자폐기물 주범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에 이어 일명 '패스트테크'로 알려진 저가의 소형 전자제품들이 전세계 전자폐기물 문제의 주범이 되고 있다.패스트테크는 휴

졸업식 도중 150명 '열사병'…美 1.6억명 열돔에 갇혀있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150여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현재 미국은 열돔 현상으로 1억6000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