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이종교배 '갑론을박'...구원인가? 악수인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5-31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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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교배로 동물의 기후변화 저항성 향상"
"이종교배는 원래 종을 완전히 사라지게 해"
▲유럽들고양이. 영국 스코틀랜드에 수 백마리가량 남은 이 종은 집고양이와 교배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사진=언스플래쉬)


이종교배가 기후위기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동물보호를 위해 동물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놓고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종교배가 수천년 이어오던 종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실 이종교배는 자연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동물들이 기온이 더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종교배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에 서식하는 회색곰들은 더위를 피해 북극곰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환경보호론자들은 이종교배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교배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동물이 기온상승 및 해양 산성화에 내성을 키우는 등 유전적으로 적응력을 높이고 진화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가령 텍사스 휴스턴항구(Houston Ship Channel)에 서식하는 걸프킬리피시(Gulf killifish)는 우연히 은연어(Atlantic killifish)라는 다른 종과 교배해 오염 저항성이 높아졌다.

미셸 마비에(Michelle Marvier)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대학 환경보호생물학자는 "많은 것들이 항상 교잡된다"고 말했다. 이는 식물, 물고기, 양서류 그리고 일부 포유류에서도 일어나며, 인간의 DNA에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흔적이 있다. 이 또한 다른 종과 섞였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세대간 시간이 긴 종은 돌연변이가 발생할 기회가 적어 환경이 급변하는 경우 통상적인 진화로 동물이 적응하고 생존하기에는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이때 교잡으로 외부 유전자를 도입해 빠르게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

매들린 반 오펜(Madeleine van Oppen) 호주 멜버른대학 생태유전학자는 "이종교배의 동기는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만들고 유전적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다양성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멸종으로부터 종을 구할 새로운 적응가능성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반 오펜 박사는 실험실에서 산호를 교배해 온난화 환경에서의 생존력을 시험했다. 그 결과 산호 교잡종은 부모세대와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온도와 이산화탄소 환경에서의 생존력이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종교배는 기후적응방안으로 고려되기 이전부터 소수개체만 남은 종의 근친교배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플로리다퓨마(Florida panther)가 대표적인 사례다. 플로리다퓨마는 1990년대 중반 겨우 25마리만 남아 20년 안에 멸종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환경보호론자들은 최후의 방법으로 8마리의 텍사스퓨마를 데려와 개체수를 200마리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종교배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않다. 종을 유지하기 위해 이종교배를 했는데, 원래의 종은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멸종위기종의 이종교배를 반대하는 입장은 보호하고자 하는 종의 고유성을 상실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종교배가 오히려 종을 멸종하게 만든다고 주장이다. 새로 유입된 유전자가 기존 유전자를 압도해 게놈은 더 이상 원래 형태로 생존하지 못하고, 그 종의 고유성과 독특성에 대한 흔적을 지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들고양이(Europe’s wildcat)들은 이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1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에 겨우 수백 마리 남은 유럽들고양이들은 집고양이와 교배하면서 종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보고서는 현재 스코틀랜드 고지대를 배회하는 야생고양이들은 잡종군집이라고 밝혔다.

후안 몬토야-부르고스(Juan Montoya-Burgos) 스위스 제네바대학 보존생물학자는 스위스 쥐라산맥(Jura mountains)의 상황도 비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100년 안에 쥐라들고양이가 집고양이와 유전적으로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잡된 종들이 어떻게 지낼지는 추측하기 어렵지만, 북아메리카 로키산맥에 서식하는 컷스로트송어(cutthroat trout)의 경우 광범위한 교잡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환경 적응력을 상실한 사례로 나타났다.

클린트 뮬펠드(Clint Muhlfeld)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수생생태학자는 "토종송어는 극심한 환경변화에도 적응해왔지만, 20세기 어획량 증가를 목적으로 방류된 외래종 무지개송어와 교잡되면서 적응에 강한 유전자 집합이 해체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대를 넘어서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뮬펠드 박사는 무지개송어의 교배비율이 높을수록 새끼를 점점 더 적게 낳으며, 불과 20%의 교잡으로 송어의 건강수준이 최소 50% 이상 저하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비에 박사는 "대부분의 이종교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연구가 토착종에 대한 위협으로 외래종 교잡을 강조하지만 정작 실제 근거를 제시한 연구는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비에 박사는 논문을 통해 "단순히 생태계 적응방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토종 종이 손실됐다고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오펜 박사는 "모든 종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러기에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생물다양성이 너무 빠르게 손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본래의 종을 구할 수 없다면 자연에서 생존가능성이 더 높은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도록 돕는 일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절충현상은 특히 자연에서 발생한다. 가령 뉴멕시코 사막에 사는 암컷 스페이드풋두꺼비(spadefoot toads)는 연못이 말라있는 경우에만 동종보다 멕시코 스페이드풋과 짝짓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교잡된 종은 암컷만 생식력을 갖춘다는 단점이 있지만, 성장속도가 빨라 연못물이 사라지기 전에 성체가 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급격히 변화한 환경에 처한 종들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추측하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

이에 교잡을 이용해 유전자를 적응시키는 방식을 두고, 다니엘 심벌로프(Daniel Simberloff) 미국 테네시대학 생태학자는 "수술에 큰 망치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무식한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전자조작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밀 유전자의 조작으로 마름병 곰팡이 내성을 갖춘 미국밤나무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걸프킬리피쉬를 연구하는 앤드류 화이트헤드(Andrew Whitehead)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진화생물학자는 유전자조작이 대부분의 종을 대상으로 실행하기가 힘들며, 가능하다 해도 유전자조작이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는 바가 너무 적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래를 대비한 생명체를 유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지적했다.

화이트헤드 박사는 생물의 진화과정에 인간의 개입 및 도움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화석연료의 감축이라고 강조했다. 몬토야-부르고스 박사도 모든 종을 각각 일일이 보호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문제의 근원인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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