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일산화탄소 배출량 최대 3000ppm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소비하는 시멘트 양은 0.91톤으로 '세계 3위'에 달하지만 시멘트 안전기준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시멘트협회가 공개한 '2020 한국의 시멘트 산업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시멘트 소비량은 4712만톤으로, 세계 시멘트 소비량 상위 20개국 가운데 9위지만 국민 1인당 소비하는 시멘트의 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국토면적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시멘트 소비가 사실상 1위나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토 면적이 214만㎢로 우리나라보다 21배 넓고, 중국은 이보다 더 넓은 959만㎢에 이른다.
특히 국토면적이 982만㎢으로 우리나라보다 98배 큰 미국은 국민 1인당 한해 시멘트 소비량은 0.3톤에 불과하고,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3.7배 넓은 일본도 0.3톤 정도다. 면적 35만㎢에 이르는 독일의 1인당 소비량도 0.3톤 규모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이 이들 나라에 비해 3배나 많다.
국토면적이 고작 10만㎢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시멘트가 1년에 4700만톤이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멘트로 짓고 있는 시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서는 주거용으로 시멘트 대신 목조주택을 주로 짓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시멘트로 주택을 짓고 있다. 도심에 즐비한 아파트가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주택 대부분이 시멘트로 지어졌지만 시멘트에 대한 안전기준은 몹시 허술하다. 더 큰 문제는 시멘트를 제조할 때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온갖 쓰레기를 넣는다는 사실이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중국은 시멘트 소비량이 많지만 시멘트에 쓰레기를 넣지 않기 때문에 시멘트에 발암물질이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멘트를 제조할 때 쓰레기를 넣도록 허용돼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안전기준이 철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최 목사가 2007년 중국과 한국의 시멘트를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분석 의뢰한 결과, 중국시멘트에선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시멘트에선 환경부 기준 20ppm를 5배나 초과한 110ppm이 검출됐다.
또 일본은 시멘트공장들이 염소(CI) 함유량 1000ppm 이내의 폐기물을 사용하지만 우리나라 염소 함유량 기준은 2만ppm이다. 일본 기준치보다 무려 20배나 높게 설정돼 있다. 염소가 많으면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 발생이 늘고 시멘트 철근을 부식시켜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우리나라 환경부는 시멘트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가운데 먼지(Dust)와 염화수소(HCI), 질소산화물(NOx) 3가지만 의무 규제하고 있다. 반면 독일 등 유럽연합(EU)은 이 3가지 오염물질 외에 탄화수소(TOC), 불화수소(HF), 황산화물(SOx), 수은(Hg) 등 7가지를 30분 단위 또는 1일 단위로 실시간 측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탄화수소 등 나머지 오염물질에 대해 시멘트공장들의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는데 시멘트회사들은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병성 목사는 "목동 쓰레기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 배출량은 기준치 50ppm보다 훨씬 낮은 6.05ppm에 불과했다"면서 "그런데 어렵게 구한 국립환경과학원 자료를 보니, 시멘트공장의 CO 배출량은 무려 1200~3001ppm에 달했다"고 밝혔다.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들은 이렇게 무방비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를 그대로 마시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시멘트 소성로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표준산소농도 기준이 13%인데, EU와 일본의 기준은 10%다. 미국 시멘트소성로 기준은 이보다 낮은 7%다. 최 목사는 "환경부는 2009년 소성로 관리 기준을 10%로 낮추는 개선방안을 마련해놓고서도 13년간 실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병성 목사는 "새집증후군과 아토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급증하는 이유도 쓰레기 시멘트 아파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1999년 8월 쓰레기 시멘트가 허가된지 23년이 흘렀으므로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멘트 등급제와 사용처 제한 등을 법제화해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