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떠난 자리에 EU와 중국이 '맞손'

미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기술을 공동보급하기로 하는 등 협력관계를 더욱 밀착시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베이징 정상회담에 마주한 EU와 중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국제 기후협력의 초석'으로 명시하고 "주요국들은 정책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측은 앞으로 녹색기술 확대와 개발도상국 지원에 함께 나서게 된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사안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전력적 협력'에 합의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동리더십 구상을 뚜렷하게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회담 직후 "이번 합의는 전환기 세계에 중요한 정치적 신호"라며 "중국과의 기후 협력은 글로벌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파리협정을 지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올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전에 자국의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EU는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90% 감축안을 제안했으며, 중국은 곧 목표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명에는 "모든 국가, 특히 개발도상국이 고품질 녹색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문구도 담겼다. 이는 태양광을 비롯해 청정기술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중국이 자국의 제품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차세대 배터리 등 청정기술 생산에서 현재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제품에 대해 "값싸고 효율적인 기후 해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 조립공장을 태국과 튀르키예, 브라질 등으로 확대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청정기술 공장을 가동중이다.
게다가 중국은 1초당 약 100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9분마다 1기의 풍력터빈을 설치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5월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만 약 2억3000만장에 달했다.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2019년까지만 해도 발전비중이 13%에 불과했던 중국의 재생에너지는 올 상반기까지 24% 늘었다.
EU 관계자들은 이번 성명 채택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EU 기후수석 테레사 리베라는 "지정학 긴장과 기후위기라는 이중 위협 속에서 얻어낸 실질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무역·전략물자 이슈는 공동성명에서 빠졌지만, 희토류 수출통제나 중국산 전기차 관세같은 갈등은 여전히 현안으로 남아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기업들이 겪는 병목 문제에 대해 실용적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워싱턴 DC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리슈어 국장은 "내용보다는 공동성명 발표 자체가 뉴스"라며 "기후 리더십 공백 속에서 EU·중국이 협력의 틀을 유지하려는 상징적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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