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17분?...지구를 무시하는 억만장자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5 13:29:14
  • -
  • +
  • 인쇄
유명인사들, 단거리 비행 '기후범죄자' 비난 쇄도
개인항공기 배출량, 상용항공기 14배, 기차 50배


최근 억만장자들의 자가용 항공기 이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단거리 여행까지 불필요하게 자가용 항공기를 이용해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사교계 명사이자 사업가인 카일리 제너(Kylie Jenner)는 얼마전 불과 17분 거리를 자신의 전용기로 이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다. 유명인사들의 비행을 추적하는 자동화 트위터계정 셀러브리티제트(Celebrity Jets)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너가 로스앤젤레스의 밴 누이스(Van Nuys)에서 인근 카마릴로(Camarillo)까지 이동한 시간이 불과 17분이었다. 그는 앞서 7200만달러의 봄바디어(Bombardier) BD700을 타고 캘리포니아 서멀(Thermal)에서 밴 누이스까지 27분동안 이동했다.

단 17분간의 비행으로 전세계 1인당 연간 평균 배출량의 약 4분의1에 달하는 탄소가 배출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제너가 동일한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했을 경우 약 40분이 소요됐을 것이고, 탄소배출량은 훨씬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제너는 트위터에서 "지구를 철저히 무시한다" "전업 기후범죄자" 등의 비난을 받았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짧은 거리를 전용기로 이동하는 유명인사는 제너뿐만이 아니다. 셀러브리티제트에 따르면 래퍼 드레이크(Drake)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 토론토까지 고작 18분을 비행했다. 컨트리음악가수 케니 체스니(Kenny Chesney)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과 피츠버그 사이를 20분동안 비행했으며, 배우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카운티 클레어까지 23분간 비행했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지난 5월 미국 휴스턴에서 텍사스 오스틴까지 28분동안 비행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인사들이 개인 항공기로 단거리여행을 하는 관행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 항공기들이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한해 3300만톤 이상에 이르며, 이는 전체 항공부문 배출량의 약 4%를 차지했다. 이는 승객 1인당 배출량으로 환산했을 때 상용항공기보다 5배~14배, 기차보다 50배 더 많은 수준이다.

미국의 개인 항공기 배출량은 1990년대 이후 급증했으며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프랑스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10분의 1이 개인 항공기였고, 이 가운데 절반은 이동거리가 500km 이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 인구의 1% 미만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항공부문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스콧 호치버그(Scott Hochberg) 생물다양성센터(Centre for Biological Diversity) 기후법률연구소(Climate Law Institute) 변호사는 "이런 단거리비행은 부유한 사람들이 전체 항공배출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보여준다"며 "유명인사들이 보유한 개인 전용기는 일반 상용항공기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니키타 파블렌코(Nikita Pavlenko) 국제청정교통의원회(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 연료팀장은 "개인용 항공기를 대체할 대안은 많다"며 "여행 과정에서 일반대중을 피하려는 것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단거리 비행은 전체 배출량이 비교적 적을지라도 1인당 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항공배출량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민간항공기 배출은 일반 항공보다도 증가폭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항공배출량 20% 감축 목표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식용유, 수소 등 저공해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사용을 늘리겠다는 공약이 담긴 기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목표는 자발성에 의존해 결국 업계에서 기후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는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파블렌코는 "미국의 항공 탈탄소화는 대체로 말만 많고 실속은 거의 없다"고 일침하며 "연예인들은 자가용 항공기를 버리거나, 최소한 지속가능한 연료 혹은 탄소배출제로 항공기를 추구하는 등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