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폭풍우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울릉도 남남서쪽 약 110km 해상에서 시속 62km로 북동진하면서 한반도는 직접 영향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당초 '힌남노'는 지난 2003년 전국을 강타한 '매미' 이상의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국적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없이 지나갔다. 특히 힌남노가 남해안을 상륙한 오전 4~5시 무렵은 만조때와 겹쳐 해일 피해까지 예상됐지만 철저하게 대비한 덕분에 해일에 따른 피해도 거의 없었다.
다만 힌남노가 상륙한 제주와 남해안에서는 피해가 속출했다.
경북 포항과 경주에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포항에서는 7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고, 경주에서도 주택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80대 여성이 사망했다. 포항 남구의 아파트 2곳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간 주민 8명이 실종됐고, 남성 1명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울산에서도 20대 남성이 하천에 빠져 실종됐다.
포항 구룡포는 시간당 110.5㎜의 비가 내려 도심 곳곳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포항 남구 오천읍의 천변에 자리잡은 한 풀빌라 건물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형산강은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하천·저수지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경주에서도 침수 피해가 속출해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부산 등 남해안 일대는 초속 30m 안팎의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해안가 도로는 파도가 넘어오는 월파 피해가 발생했고, 일부 지역은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파도가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까지 덮치면서 바닷물이 한때 고층건물 사이의 도로 안까지 밀려오기도 했다. 유튜버 2명이 월파를 촬영하다가 파도에 휩쓸리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서울 등 중부지역은 남부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특히 지난달 8일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당했던 반지하 주민들은 또다시 비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비가 적게 와서 안도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축대가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강남구 수서동에서는 강풍을 이기지 못한 가로수가 쓰러져 주차된 차량 2대를 덮쳤다.
또 도로가 침수되면서 통행이 제한된 곳들이 많아 교통혼잡을 빚고 있다. 6일 오전 10시 현재 한강 수위 상승으로 △ 노들로 여의상류∼한강대교 △ 강변북로 마포대교∼동작대교 △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 △ 내부순환로 마장∼성동JC △ 동부간선도로 군자∼성수JC 등 주요 도로 11곳이 양방향 통제 중이다.
이번 태풍이 주목받은 것은 발원지가 특이하고, 워낙 강력한 세력을 지닌 때문이었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인 곳에서 발생한다. 수증기가 응결할 때 나오는 잠열이 태풍 에너지원이다. 대개 남·북위 5도 이상에서만 태풍이 생성되는데 '힌남노'는 북위 26.9도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처음부터 강력한 태풍으로 발생하지 않았는데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세력이 강력해졌다. 그 이유는 '힌남노'의 이동경로였던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9~30도로 높았던 탓이다. 심지어 힌남노는 서진 중에 자신보다 늦게 나타난 제12호 태풍 무이파를 흡수해 몸집을 더 불리기까지 했다. 높은 해수면 온도에다 다른 태풍까지 흡수해 세력을 더 키운 '힌남노'는 괴물태풍으로 변하며 우리나라로 북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위도는 수온이 낮아 태풍의 세력이 약해지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세력이 커지는 경우가 생겼다"며 "중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힌남노'가 처음"이라 말했다.
힌남노는 1분 평균 최대풍속이 시속 259㎞에 달하는 올해 첫 5급 태풍으로 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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