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매연' 비흡연자 폐암 발병 원인으로 규명됐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9-13 16:54:59
  • -
  • +
  • 인쇄
英 프랜시스크릭연구소, ESMO에서 연구결과 발표
미세입자, 휴면상태 돌연변이 폐세포를 암으로 전환


자동차 매연과 폐암과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는 비흡연자가 어떻게 폐암이 발병하는지 그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는 자동차 매연의 미세입자가 휴면상태인 돌연변이 폐 세포를 암세포로 변이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이 비흡연자에게 어떻게 폐암을 유발하는 것인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찰스 스완튼(Charles Swanton)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소속 교수이자 영국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 수석 임상의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전세계적으로 담배연기에 든 독성화학물질보다 대기오염에 노출된 사람의 수가 훨씬 많다"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폐암 위험은 흡연보다 낮지만 우리 모두가 숨쉬기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흡연은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영국에서는 실외 공기오염으로 인한 폐암 발병률이 약 10건 가운데 1건꼴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대기오염이 폐암과 전혀 관련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약 6000명의 사람들이 매년 폐암으로 사망한다. 2019년 미세먼지(PM2.5)에 노출된 폐암사망자는 전세계 약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이 암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근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흡연이나 햇빛노출이 직접적으로 폐암과 피부암으로 이어지는 DNA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과 달리 대기오염은 이런 유전적 변화를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대기오염물질이 EGFR이라는 돌연변이 유전자와 만나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EGFR를 보유한 쥐가 오염물질 입자에 노출됐을 때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증가했다는 것이다. 오염물질이 가스레인지의 점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건강한 폐 조직에서도 볼 수 있는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일생동안 DNA에 축적돼있는 일종의 작은 오류로, 보통 무해한 휴면 상태로 있다. 그러나 이 유전자는 PM2.5 입자에 노출되면 암으로 변할 수 있다. 연구팀이 환자 생체검사 때 채취한 건강한 폐 조직샘플을 분석한 결과 정상 폐 샘플 5개 중 1개 꼴로 EGFR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는 거의 모든 사람이 폐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누구나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발병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암 발병 위험성이 PM2.5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방출된 염증성 단백질 인터루킨-1 베타(IL1B)에 의해 매개된다고 밝혔다. 쥐에게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하자 오염물질 취약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발견은 2019년 스위스 제약기업 노바티스(Novartis)가 발표한 심장질환약물 임상실험 결과 IL1B 억제제를 복용한 피험자들의 폐암 발병률이 현저히 감소한 것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스완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새로운 폐암 예방약을 개발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완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종"이라며 "대기오염이 폐암과 관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의 메커니즘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간과돼 왔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인간의 건강을 다루려면 기후건강을 먼저 다루어야 한다"며 기후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3년 대기오염으로 9살 딸 엘라를 잃은 로사문드 키시-데브라(Rosamund Kissi-Debrah)는 오염과 건강에 대한 '통합된 사고'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오염으로 매년 900만명이 조기사망하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공기를 맑게 하지 않는 한 더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토니 목(Tony Mok) 홍콩중문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두고 "오염과 폐암이 연관돼있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 이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졌다"며 대기오염 및 탄소배출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소비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