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파괴·자원남용·기후변화 등이 원인
지난 50여년동안 전세계 야생동물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인간의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와 자원남용으로 야생동물들이 살아갈 터전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런던동물학회(ZSL)와 함께 12일(현지시간)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22'(Living Planet Report)에 따르면, 전세계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 등 척추동물 5230종을 대표하는 3만1821개 개체군의 규모가 1970년~2018년 사이에 69% 감소했다. 해마다 개체수가 2.5%씩 줄어든 셈이다.
일례로 남미 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에 사는 세계적 희귀동물인 아마존 강돌고래 '보토' 가운데 브라질 마미라우아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개체군의 규모는 20여년간(1994∼2016년) 65% 감소했다. 또 콩고민주공화국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에 사는 동부 저지대 고릴라 역시 25년 사이(1994∼2019년) 개체수가 80%나 줄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등 열대지역의 개체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 지역에서는 1970년 이후 개체군 규모가 무려 9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멸종 수준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에서는 각각 66%, 55%씩 줄었다. 북미에선 20%, 유럽과 중앙아시아는 18% 감소했다.
담수생물의 감소세가 가장 심각했다. 전세계 담수생물 개체수 규모는 83%가 줄어들었는데, 이는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담수로부터 반경 3㎞ 이내에 살면서 이들을 수익원으로 삼아 삶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과 월동을 위해 강과 바다 사이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도 76%나 감소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서식지 감소와 이동경로를 막는 구조물에 의해 죽어나갔다. 미국 메인주의 페놉스콧 강에서 댐 2곳을 해체하고 나머지 댐을 정비하자, 청어 개체수가 5년만에 수백 마리에서 200만 마리로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샥스핀 등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는 상어나 약재로 활용되는 가오리의 개체수도 71% 감소했다. 특히 3대에 걸쳐 개체수가 95% 감소한 장완흉상어(oceanic whitetip shark)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 가운데 '위급(CE·Critically Endangered)'으로 재분류되기도 했다.
WWF는 '지구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증가세로 반전시켜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를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특히 WWF는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토지이용 변화에 따른 서식지 훼손 등 인간이 유발하는 직접적 요인에 원인이 있다"며 "생태계의 재생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자원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윤희 WWF 한국지부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자연을 한계 이상으로 이용해온 현재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경고"라며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로 전환하려면 정부, 기업, 소비자의 변화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진 국립생태원 기후생태연구실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식재 사업을 진행할 때 단일한 외래종을 대규모로 심는 경우가 있다"면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WWF의 지구생명보고서는 2년마다 발간된다. 이번 보고서에는 직전 보고서엔 없던 838종 1만1010개 개체군의 데이터를 추가됐다. 표본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직전 보고서에서는 1970∼2016년 4392개 종 2만811개 개체군의 규모가 6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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