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C 한계치 3억대보다 판매량 예측치 2.5배
기후위기에 대응해 자동차 분야 탄소배출을 감축하려면 2040년까지 전세계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3억대 수준이어야 하지만,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토요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가 이 기간까지 판매할 신차가 7억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그린피스가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교 부속 지속가능한미래연구소와 함께 조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4곳이 2022년부터 2040년까지 판매할 내연차 수량은 7억1200만대라고 추산했다. 이 수치는 연구진이 4개 완성차 기업들의 향후 내연차 판매 계획과 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차 판매금지 일정 등을 바탕으로 계산한 것이다.
지구 온도상승이 산업화 이전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려면 2040년까지 전세계 시장에서 내연차 판매량이 3억1500만대 이내여야 하는데, 글로벌 완성차 4곳의 내연차 판매량만 추산해도 이 기준보다 4억대를 훌쩍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차와 토요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의 점유율을 합치면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40%에 이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1.5°C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계 탄소배출량이 4000억톤을 넘어서면 안된다. 수송부문의 탄소배출 한계치는 529억톤이다. 이를 내연차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총 3억1500만대다. 그 이상 판매하면 지구 평균온도가 1.5°C 이상 올라 감내하기 어려운 기후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1.5°C를 지키기 위한 한계치 3억1500만대보다 2.5배가 많은 7억1200만대 가운데 토요타 예상판매량이 1억200만대로 가장 많았다. 폭스바겐이 8000만대, 현대기아차가 6600만대, GM이 3600만대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분석대로 하면, 다른 완성차 기업의 예상판매량까지 합치면 2040년까지 내연차 판매대수는 10억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한계치 3억1500만대를 한참 뛰어넘으면서 지구온도 1.5°C 상승을 더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토요타를 '최악'의 자동차 회사로 지목했다. 조사대상 가운데 내연차 판매량이 가장 많고, 1.5°C 한계치 초과물량도 6300만대로 가장 높다는 것이다. 2021년 내연차를 1050만여대 판매한 토요타는 한계치 기준으로 내연차 잔여물량이 3900만대지만 이보다 2.6배 많은 1억200만대를 판매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벤자민 스테판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지난해 토요타의 전기차 판매량은 500대 가운데 1대꼴"이라며 "이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이 아니라 엄연히 내연차이므로, EU에서는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차 판매금지를 조치했다. 실제로 토요타는 미국, 호주, 유럽 등지에서 내연차 판매중단 규제 시점을 늦추기 위해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여 '기후변화 훼방꾼'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해 670여만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차의 1.5°C 한계치 잔여물량은 2700만대에 불과하지만 이 한계치의 2.4배에 달하는 6600만대의 내연차를 판매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기아차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2040년까지 내연차 판매 멈춘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 역시 내연차 예상 판매량이 8000만대로 1.5°C 한계치 대비 2.1배에 달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전기차 전환계획이 더디다는 문제가 있다. 제너럴모터스는 내연차 예상 판매량이 3600만대로 1.5°C 한계치의 1.6배로, 이 회사는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4개 완성차 회사의 전기자동차 전환율은 2030년까지 평균 5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앞으로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궁극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내연차 업체들은 심각한 재무리스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완성차 업계의 시가총액은 8000억달러(약 1092조원) 이상이지만 부채는 1조2000억달러(약 1637조원)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미 완성차 업계가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내연기관차 개발비용 및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 이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수백만대의 내연기관차를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내연차에 대한 규제강화로 이 투자비가 좌초자산이 될 경우 기업들은 엄청난 재무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내연차 판매를 강행하면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는 딜레마에 봉착하는 셈이다.
최은서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EU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금지한다"면서 "지구평균온도 1.5°C 상승을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을 준수하려면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이보다 빠른 2030년 이전에 내연차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기아차의 204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계획은 너무 늦고, 더욱이 미국 중국 등 일부 시장에만 국한돼 있다"며 "100% 전기차 전환 목표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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