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으로 인해 38개국에서 발생하는 보건비용은 연간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필립 랜드리건 교수가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란셋'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로 만드는 플라스틱은 생산과 폐기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유해성을 드러내고 있고, 특히 대표적인 유해물질 3종(PBDE, BPA, DEHP)만으로도 38개국에서 연간 1조5000억달러 규모의 보건 피해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플라스틱의 98%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는데 화석연료 추출부터 생산,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유해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간 약 2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세계 4위 탄소배출국인 러시아의 총배출량보다 많다는 것이다.
1950년대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현재까지 생산량이 200배 늘었는데 지금과 같은속도라면 2060년까지 연간 10억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플라스틱이 지금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은 음료병과 테이크아웃 등 일회용 플라스틱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수도 방대하다. 플라스틱에는 첨가제, 염료, 난연제, 안정제 등 1만6000여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생식기능 저하, 조산, 태아 사망, 성장 저해, 소아암, 불임 등과 연관돼 있다. 연구진은 "태아, 영유아, 어린이 등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플라스틱이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체내에 침투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나노 입자로 쪼개져 식수, 음식, 공기 등을 통해 혈액, 뇌, 태반, 모유, 정액, 골수 등 인체 전반에 흡수된다. 이로 인한 건강 영향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심장마비, 뇌졸중과의 연관 가능성을 지적하며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은 인류와 지구 건강에 대해 중대하고 점증하는 위협이고 지금껏 충분히 인식되지 않은 심각한 문제이며, 플라스틱 위기는 태아에서 노년까지 생애 전 단계에 걸쳐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플라스틱은 단순히 값싼 소재가 아니라, 건강 피해 비용을 고려할 경우 막대한 사회적 부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플라스틱의 전 과정은 대기오염과 독성 화학물질 노출, 미세플라스틱 체내 침투 등 복합적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고인 물은 모기를 번식시켜 감염병 확산을 촉진하는 사례도 있고, 플라스틱은 기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생산은 막대한 기후오염을 야기하고 있으며, 미처 수거되지 않은 폐기물의 절반 이상은 소각되고 있다"며"이 과정에서 초미세먼지 등 유해 대기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돼 인체에 해를 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필립 랜드리건 교수는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 오염의 건강·환경 피해를 충분히 알고 있으며, 행동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번 협약에는 반드시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번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피해에 대한 정기적 추적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공동저자인 환경법 전문가 마거릿 스프링은 "앞으로 각국 정책결정자들이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불발됐던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국제합의는 5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구속력있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협의가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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