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죽인 농약이…탯줄 타고 태반서도 검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1-30 15:13:30
  • -
  • +
  • 인쇄
中연구팀 "네오니코티노이드 검출률 84%"
국내 살충제 남용에 신생아 발달 장애 우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높은 태반 통과 가능성 (사진=미국화학협회 환경과학기술)

올초 꿀벌 집단폐사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의심 받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이 사람의 탯줄을 타고 태아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교 환경과학·공학과 연구진은 임산부 태반과 탯줄의 혈청 속에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성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실험에 참여한 95명의 임산부에게서 1가지 이상의 살충제 또는 대사산물(인체 내의 대사과정을 거쳐 특정 성분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물질)이 검출됐다.

검출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성분은 아세타미프리드(ACE), 이미다클로프리드(IMI), 티아클로리드(THD), 클로티아니딘(CLO), 티아메톡삼(THM) 등이고, 해당 살충제의 대사산물은 엔-데스메틸-아세타미프리드(N-dm-ACE)와 올레핀-이미다클로프리드(of-IMI) 등 2종이다.

이 가운데 IMI는 독성이 가장 강해 캐나다에서는 수생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표수 수질기준에 IMI 농도 허용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IMI의 검출률은 산모 혈청에서 78%, 탯줄 혈청에서 84%로 7가지 성분 가운데 가장 높은 확률로 나타났다. 농도로 살펴봤을 때에도 IMI는 산모 혈청에서 0.79ng/ml, 탯줄 혈청에서 1.84ng/mL로 가장 높은 중간값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모 혈청과 제대 혈청의 농도를 비교해 살충제 성분이 태반으로 전이되는 '이동 효율'(TTE)를 계산했다. 전체 7가지 성분의 TTE 중간값을 1로 놓고 봤을 때 IMI는 이를 한참 웃도는 '1.61'에 달했다. 탯줄 혈청의 농도가 산모 혈액 속 농도보다 높아 태반을 손쉽게 통과하면서 오히려 태아에 IMI가 더 많이 농축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오니코티니오이드계 살충제의 대사산물은 순수한 니코틴만큼의 독성이 있어 인간의 신경 세포도 손상시킬 수 있다. 해당 물질은 도파민에 민감한 신경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 기능을 방해한다. 조기 노출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선천성 심장 문제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남용이 신생아의 발달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벼와 과수농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작물의 진딧물, 총채벌레, 벼멸구, 벼물바구미, 꽃매미 등의 방제용 약제로 많이 판매되고 있어 지난 2021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국내 판매액은 1426억원 규모로 전체 살충제 판매량의 22.7%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탯줄 혈청에 대사산물 검출량이 높은 이유는 태반에 살충제를 전환하는 효소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사산물인 N-dm-ACE 역시 살충제인 ACE보다 독성이 심하다고 알려진 만큼 원래 살충제에 노출되는 것과 맞먹는 위험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지난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협회(ACS)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