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는 '잃어버린 세계'…200만년 전 코끼리 살았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2-12 16:42:04
  • -
  • +
  • 인쇄
영구동토층서 DNA 조각 발견
평균기온 10~17도 높아 따뜻
▲200만년 전 카프 쾨벤하운 층의 생태계. (사진=Beth Zaikenjpg/세인트존칼리지)

200만년 동안이나 보존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DNA가 확인됐다.

7일(현지시간) 에스케 윌러슬레프(Eske Willerslev)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세인트존칼리지 교수와 커트 H. 카이어(Kurt H. Kjær) 덴마크 쾨벤하운대학 룬드벡재단(Lundbeck Foundation) 지질유전학센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그린란드 북부의 빙하기 퇴적물에서 200만년 전 생태계 DNA의 미세한 조각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된, 시베리아 매머드 뼈에서 추출한 100만년 된 DNA보다도 오래된 것이다.

연구팀은 점토와 석영 퇴적물에서 총 41개 샘플을 채취했다. 카이어 교수는 이번 고대 DNA 샘플이 2만년 이상 축적된 퇴적물 속 깊이 묻힌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퇴적물이 얼음 및 영구동토층에 보존돼 2백만 년 동안이나 어떠한 간섭이나 개입이 없었다는 것이다.

길이가 수백만 분의 1mm인 불완전한 샘플은 그린란드 최북단 북극해의 피오르드 입구에 자리잡은 약 100미터 두께의 퇴적층인 카프 쾨벤하운층(Kap København)에서 채집됐다. 당시 그린란드의 기후는 한대와 온대 사이에서 다양했으며 오늘날 그린란드보다 10~17도 더 따뜻했다. 퇴적물은 얕은 만에 미터 단위로 쌓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순록, 산토끼, 나그네쥐, 자작나무, 포플러나무를 포함한 동식물 및 미생물의 증거를 찾아냈으며 멸종 코끼리 '마스토돈'이 그린란드까지 배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끼리와 같은 동물은 그 분포가 북미와 중앙아메리카 기원지에서 그린란드까지 확장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전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또 연구팀이 침전물에서 DNA를 분리하고 오늘날의 생물 DNA와 비교 분석한 결과 일부 DNA 는 현생 종의 DNA 분류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다양한 종의 DNA 진화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계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윌러슬레프 교수는 "100만년의 역사에 걸친 새로운 장이 마침내 열렸다"며 최초로 과거 생태계의 DNA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고 시사했다.

이번 발견은 DNA 탐지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연 것으로도 평가된다. 카이어 교수는 "차세대 DNA 추출·시퀀싱 장비가 개발되고 나서야 침전물에서 매우 작고 손상된 DNA 파편을 식별했으며 마침내 2백만 년 된 생태계를 그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오늘날의 지구온난화로 인한 장기적인 환경피해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미켈 W. 페데르센(Mikkel W. Pedersen) 룬드벡재단 지질유전학센터 조교수는 카프 쾨벤하운 생태계의 기온이 오늘날보다 상당히 높았으며 기후 또한 오늘날 지구온난화로 예상되는 미래기후와 유사하다고 보았다.

요지는 기온상승에 종이 적응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페데르센 교수는 데이터에 따르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종들이 격렬하게 변화하는 온도에 진화하고 적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 온난화 속도상 이러한 적응이 이뤄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기후위기는 여전히 생물다양성과 세계에 큰 위협"이라며 식물과 나무를 포함한 일부 종들에게 멸종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2백만년 된 식물 DNA의 일부 '꼼수'가 멸종위기종들이 온난화에 더 강한 저항력을 갖추도록 돕는데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카이어 교수는 "유전공학으로 200만년 전 식물이 개발한 전략을 모방해 기후변화에서 생존하고 일부 종의 멸종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밝힐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연구팀은 카프 쾨벤하운층의 고대 DNA에서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포함한 미생물의 DNA 또한 발견해 이를 지도로 만들고 있다. 과거 그린란드 최북단의 생태계에서 동식물, 단세포 유기체 간 생물학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향후 연구논문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윌러슬레프 교수는 "아프리카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도 고대 DNA가 보존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탐구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종들의 기원, 심지어 최초의 인간과 그 조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