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국산 덤핑관세 부과는 "관세법령 위반"
호주와 중국산 수산화알루미늄이 '덤핑'이라는 무역위원회의 조사결과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수산화알루미늄은 백색분말 형태로, 주로 수돗물을 정화하는 수처리제로 사용되며 인조대리석 등의 핵심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올 1월 19일 KC㈜가 호주산과 중국산 수산화알루미늄의 덤핑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해줄 것을 신청한 건에 대해 이달 15일 최종적으로 '덤핑' 판정을 내렸다. 이에 향후 5년간 13.99~37.96%의 덤핑방지관세(중국 13.99~22.39%, 호주 37.96%)를 부과해 줄 것을 지난 27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무역위원회 판정에 대해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베트남산을 제외하고 호주산과 중국산 수산화알루미늄만 조사대상에 포함한 것은 관세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덤핑조사 신청기업인 KC는 국내 유일하게 수산화알루미늄을 생산하면서 베트남산을 수입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경쟁업체들은 무역위원회가 KC가 수입하는 베트남산을 쏙 빼고 조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관세법 시행령 60조와 동법 시행규칙 12조에 따르면 '조사대상물품 또는 공급자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이용가능한 자료를 기초로 통계적으로 유효한 표본추출방법을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즉, 공급하는 국가가 다수일 때는 수입량 비율이 큰 순서대로 덤핑조사 대상을 선정해야 하는데 무역위원회가 수입물량이 큰 베트남산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간인 2018년~2021년 사이에 베트남산 수입량이 37만9341톤으로, 같은기간 호주산 수입량 20만2316톤보다 많았다. 4년간의 수입량 비중으로 따지면 베트남산도 조사대상에 포함해야 하는 셈이다.
무역위원회는 조사대상에서 베트남산을 제외한 것에 대해 "신청인이 호주산과 중국산에 대한 덤핑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조사를 신청하지 않은 베트남을 조사대상 공급국으로 포함하는 것은 관계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역위원회가 베트남산 수입물량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산 수입물량을 축소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보고서에 KC와 자회사인 한국알루미나가 수입한 베트남산을 합산해놓고, 정작 비교할 때는 한국알루미나 수입물량을 제외시킨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KC와 한국알루미나의 베트남산 수입총량은 2018년을 1만톤 기준으로 환산하면 2019년 1만1450톤, 2020년 8599톤, 2021년 8186톤이다. 이는 관세청이 집계한 베트남산 수산화알루미늄의 수입량 2019년 11만3214톤, 2020년 8만5056톤, 2021년 8만936톤을 환산한 데이터 2019년 1만1454톤, 2020년 8605톤, 2020년 8188톤과 비슷하다.
그런데 무역위원회는 KC가 수입한 베트남산 수산화알루미늄의 환산 데이터 2019년 7570톤, 2020년 5307톤, 2021년 5328톤으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무역위원회는 KC가 베트남산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국알루미나의 수입량을 별도 표기한 것은 베트남산 수입물량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는 게 경쟁업체들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무역위원회는 "KC 자회사의 베트남산 공급은 여타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로 판매된 점과 2018년 이후 KC가 자회사에 베트남산을 판매한 실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바, KC 제품 판매 및 이윤 감소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KC가 수입한 베트남산을 2018년에만 자회사인 알루미나에게 판매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무역위원회 주장대로라면 2018년을 제외한 2019년~2021년 베트남산 수입량은 관세청의 집계수치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에 적시된 KC의 수입물량은 관세청 자료와 차이를 보여 의구심을 더 키우고 있다.
경쟁업계들은 호주와 중국산 수산화알루미늄에 대해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수산화알루미늄 시장의 독점폐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의 덤핑판정으로 국내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KC의 독과점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KC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하면 결국 수돗물을 정화하는 수처리제 가격이 올라가 수도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KC는 지난 2015년 판매가격 상승이나 공급물량 제한 등의 횡포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점공급 중단조치를 당하기로 했다.
이에 호주산과 중국산을 수입판매하는 오성기업은 KC가 허위자료를 무역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판단해 지난 11월 공무집행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오성기업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독점과 교란으로 인한 관련업체 도산을 방지하고 수도세 인상 등 공익저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에 고발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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