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등 동아시아도 '대기의 강' 영향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대기의 강'이 덮치면서 3주째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s) 현상은 대기중에 흐르는 길고 좁은 수증기 띠를 말한다. 대기의 강은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수증기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지역에서 약하게 나타나던 이 현상이 기후변화로 지구온도가 상승하면서 갈수록 세력이 커져 피해지역도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 수증기 띠가 높은 산맥과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폭우나 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폭우 역시 이 현상에서 기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북쪽의 벤투라·샌타바버라 카운티 일부지역에는 4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고속도로는 곳곳이 침수됐고, 많은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LA 다운타운과 베벌리힐스 지역 도로도 물바다가 됐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이번 폭우로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최소 16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요 하천들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3400만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홍수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이번 폭우와 폭풍은 이달 1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의 강'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와 일본 등 동아시아 일대도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의 강'이 형성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으로 이 현상이 더욱 심해져 폭우와 폭설 등이 더 잦아지고 심해질 것이라는 게 기상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일본 쓰쿠바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1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반도를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 동북부까지 '대기의 강' 현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잦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아시아 산지의 남쪽과 서쪽 경사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동아시아의 일부지역은 이미 지난 10년동안 이상기후로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했던 카마에 요이치 쓰쿠바대학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북미 서부나 유럽 등 대기의 강과 가파른 산악지대 사이의 상호작용이 강수량에 큰 영향을 주는 여러 중위도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이 지역들은 기후온난화로 이상강우 현상이 더 빈번해지고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의 강'은 남극 대륙의 기온을 높이는데도 일조했다. 지난해 3월 남극 콩코디아(Concordia) 기지는 종전보다 기온이 40℃ 이상 오르며 영하 11.8℃를 기록했다. 당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대기의 강' 현상이었다. 습한 공기층이 남극 대륙에 열을 가두면서 기온이 급격하게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바다 위에 떠다니는 거대 빙붕들이 단 며칠만에 완전히 녹아버렸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빚은 거대한 '대기의 강'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번 캘리포니아 폭풍우에 따른 재산 피해도 10억달러(약 1조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초강력 허리케인과 역대급 가뭄, 산불 등 각종 기상이변이 끊이지 않았던 미국은 지난해만 1650억달러(약 206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