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직전과 비슷"...다보스포럼 키워드 '다중위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1-18 16:50:21
  • -
  • +
  • 인쇄
주요 정상 줄줄이 불참하면서 회의론 확산
WTO 사무총장 "함께 맞서지 않으면 공멸"
(사진=연합뉴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전세계가 마주한 산적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며 '다중위기'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 16일 개막한 이번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가장 널리 회자되는 단어는 '다중위기'(polycrisis)라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시사주간지 타임 등 외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합위기'로도 불리는 '다중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위기부터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충격,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 등 전세계에서 각종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중첩돼 더 큰 위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프랑스 학자 에드가 모린이 1990년대 처음 소개한 용어 '다중위기'는 지난 2016년 장클로드 융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시리아 난민과 브렉시트 등 당시 유럽연합(EU)이 직면한 여러 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고, 경제사학자인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난해 칼럼 등에서 언급하면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다중위기는 세계 각국이 직면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다보스포럼에 모이는 세계 주요 인사들은 1차 세계대전 발발로 평화와 통합의 시대가 막을 내렸던 1914년 상황의 재림을 우려하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투즈 교수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가 당면한 갖가지 다른 유형의 충격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며 "다중위기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끔찍한 조식 뷔페와도 비슷하다"며 "정상적 상황이라면 같이 어우러지지 않는 성분들이 섞여서 소화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이번 포럼의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다. 참가자들은 세계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광범위한 협력과 다자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함께 멸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같은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각국 정상들은 이번 행사에 대거 불참했다. 당초 52명의 정상이 올해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은 빠졌다.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인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뿐이다.

이와 관련해 타임은 다보스포럼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유독성'(toxic)의 자리가 됐다는 한 참석자의 발언을 전했다. 고물가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각국 정상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계 지도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자국민들에게 달갑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다보스포럼의 핵심인 세계화의 후퇴로 행사 자체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 다국적 기업 공급망이 자국 위주로 재편되는 등 지난 반세기 국제사회를 지탱해온 세계화 흐름이 '지역화'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보스포럼은 행정력이 전혀 없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값비싼 참가비(7만1000달러) 등으로 부자들의 사교모임으로 비판받아온지 오래다. 미 CNN 방송은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라나 포루하를 인용해 "다보스포럼의 적실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계 참석자들은 정계보다 많지만 경기침체 우려로 분위기는 침울하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급성장하다 긴축과 정리해고로 방향전환을 하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좀 더 가라앉은 분위기다.

다만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할만한 이유를 들어 경제가 장기침체까지는 가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WSJ에 연준의 조치를 이전보다 덜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이 향후 수개월 안에 심각한 재정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은 적다고 WSJ에 말했다.

서머스는 경제성장이 둔화하지만 역성장하지는 않는 연착륙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원칙적으로는 경제 상황이 견조하게 유지되는 터라 이전보다 연착륙 가능성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금융, 다문화자녀를 위한 '우리아트스쿨' 참여기관 모집

우리금융이 '2025년 우리아트스쿨'에서 다문화자녀를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진행할 기관을 모집한다.우리금융그룹의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다문화자녀

패션업계 그린워싱 잡는다…공정위, 자라·미쏘·스파오 등 제재

패션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친환경적인 표현을 쓰며 거짓 광고를 하는 이른바 '그린워싱' 혐의로 잇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공정위는 표

국내 제조사 62.7% "탄소중립 정책은 규제"로 인식

국내 제조업 3곳 중 2곳은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인협회에서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공공기관과 손잡고 '자립준비청년' 지원한다

우리은행이 공공기관과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나선다.우리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자활복지개발원과 함께 '취약청년의 자립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코오롱ENP, 영종도 용유해변을 '반려해변'으로 입양

코오롱ENP가 인천 영종도 용유해변을 반려해변으로 입양하고 해양 생태계 보호 활동에 나섰다. 코오롱ENP는 14일 임직원 40명과 함께 첫 공식 반려해변

'우유·주스팩 수거해요'...카카오·환경부 '종이팩 회수서비스' 나선다

일반 종이로 재활용하기 힘든 우유나 주스팩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카카오가 손잡고 종이팩 회수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한다.카카오

기후/환경

+

"올해 전기차 판매 2천만대 돌파예상...신차 판매 25% 차지"

올해 전기차는 신차 판매량의 2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14일(현지시간) '2025년 세계 전기차 전망 보고서'(Global EV Outloo

지구 9가지 한계선 중 6가지 '위험상태'...되돌릴 5가지 방법은?

인류 생존을 위한 지구는 이미 한계선을 넘어 위험한 상태지만,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친다면 지구를 2015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

남성 온실가스 배출량 여성보다 26% 많다...이유는?

여성보다 남성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요인이 자동차 운전과 육류 섭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온딘 버

작년 우주쓰레기 3000개 발생…매일 3개씩 지구로 추락

지난해 우주에서 발생한 인공위성 잔해물이나 발사체 파편 등 '우주쓰레기'가 3000개 이상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우주쓰레기 가운데 하루평균 3개

[새 정부에게 바란다] "화석연료 퇴출...확실한 로드맵 필요"

올 3월 역대급 산불피해가 발생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국

훼손된 산림 회복속도 길어진다..."기온상승과 수분부족탓"

나무가 훼손된 산림이 기온상승과 강수량 부족 등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미국 콜로라도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