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 화학물질도 '대물림’…아빠가 노출되면 3대가 영향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1-30 14:03:16
  • -
  • +
  • 인쇄
[연속기획] 쥐 대상 실험서 최초 규명
DCHP 노출땐 자손의 대사장애 유발

한번 생산되면 사라지는데 5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대기와 토양, 강과 바다. 심지어 남극과 심해에서도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제적인 플라스틱 규제가 마련되려는 시점을 맞아, 플라스틱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보고 아울러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을 연속기획 '플라스틱 지구'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신체에 노출된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2세대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부계가 플라스틱에 함유된 프탈레이트에 노출될 경우 2세대에 걸쳐 자손의 신진대사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의 내구도를 높여주는 화학물질이나 만성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내분비교란화학물질(EDC)이 포함돼있다. 부모세대가 EDC에 노출되면 자손에게 비만, 당뇨병 등 대사장애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산모의 EDC 노출이 자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둬왔다. 반대로 이번 연구는 부계 EDC 노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창청 저우(Changcheng Zhou) 캘리포니아대학 생물의학 교수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디사이클로헥실 프탈레이트(DCHP)에 대한 부계의 노출이 1세대와 2세대 자손의 대사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4주간의 실험결과 연구진은 부계가 DCHP에 노출될 경우 1세대 자손의 인슐린 저항성 증가 및 인슐린 신호전달 장애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2세대 자손 또한 보다 약한 강도이지만 동일한 영향이 나타났다. 저우 교수는 "아버지의 내분비교란 프탈레이트 노출이 자손의 신진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 최초의 연구"라고 결론지었다.

연구진은 정자, 특히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소형 RNA 분자에 초점을 맞춰 '판도라세크(PANDORA-seq)'를 사용했다. 판도라세크는 DCHP에 의한 정자의 소형 RNA 변형을 감지할 수 있는 기법으로 이는 기존 소형 RNA 시퀀싱 방법으로는 발견하지 못한다.

이 연구에서는 DCHP에 노출된 1세대 수컷 쥐와 노출되지 않은 암컷 쥐를 번식시켜 2세대를 생성했다. 연구팀은 부계의 DCHP 노출 결과 1세대 암수 모두에서 포도당내성저하 등의 대사장애가 나타났지만 2세대의 경우 암컷에서만 이러한 장애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저우 교수는 "2세대 수컷에게서 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원인은 아직까지 모른다"며 "아버지의 DCHP 노출이 자손의 대사건강에 성별에 따른 유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저우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쥐가 DCHP에 노출될 경우 혈장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그는 DCHP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되고 식품, 물, 실내 미립자물질 등에서 검출됐음에도 DCHP 노출이 인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미 사람의 소변과 혈액 샘플에서도 DCHP가 발견된 바 있으며 최근 미 환경보호청은 DCHP를 위험도 평가가 시급한 20가지 물질 중 하나로 지정했다.

저우 교수는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는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줄이는데도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바이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 활성화 대책 하반기 발표"

정부가 한국형 탄소크레딧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하반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크레딧 유

화석연료 보험 늘리는 국내 손보사들...기후위험 대응력 높이려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화석연료 배제를 선언하고 있지만 국내 석탄 보험은 1년 사이에 82%가 늘어날 정도로 기후위기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이승준

네이버·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 보호 나선다

네이버와 국립생태원이 13일 생물다양성 대응 및 생태계 보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네이버 본사에서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와 국립생태

"이게 정말 세상을 바꿀까?"...주춤하는 'ESG 투자'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거세진 가운데, 각 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ESG 투자의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고

SK이노베이션, MSCI ESG평가서 최고등급 'AAA' 획득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최고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ESG 평가기

산재사망 OECD평균으로 줄인다...공시제와 작업중지권 확대 추진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있

기후/환경

+

'루돌프' 못보는 거야?...세기말 온난화로 80% 줄어든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유럽과 북극 등에 서식하는 야생 순록 개체수가 지난 수십 년간 3분의 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

신라때 만든 저수지 인근 공장화재로 유해물질 '범벅'...물고기 떼죽음

신라 시기에 만들어진 국보급 저수지가 인근 화장품 공장 화재로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해 오염되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14일 연합뉴스에 따르

"현 2035 NDC는 위헌"...국가온실가스 결정절차 가처분 신청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결정절차에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기후위기 헌법소원

에어로졸의 반전...지구 식히는줄 알았더니 온난화 부추겨

햇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효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에어로졸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

[연휴날씨] 폭우 끝 폭염 시작…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

물벼락을 맞았던 서울과 수도권은 광복절인 15일부터 또다시 불볕더위가 찾아온다. 폭우 끝에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다. 광복절을 시작으로 이번 연휴

잠기고 끊기고 무너지고...수도권 200㎜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7월 경남과 광주를 할퀴었던 집중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강타하면서 많은 피해를 낳았다.13일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