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억제하려다 부작용 우려도
햇빛을 반사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지구공학' 프로젝트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최선책은 아니지만 만일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비영리 연구단체 디그리스 이니셔티브(The Degrees Initiative)와 유엔 산하 개발도상국과학원(TWAS)은 '기온모델링펀드'(DMF)에 90만달러(약 11억4000만원)를 지원한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밝혔다. DMF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데 비해 피해가 큰 개발도상국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지구공학' 프로젝트다.
'지구공학'은 공학적 기술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기후시스템을 변화시켜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려는 학문 분야다. 지구공학은 크게 2가지 줄기가 있는데, 하나는 태양에너지를 우주로 돌려보내는 태양복사관리(SRM)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거나 포집하는 이산화탄소제거(CDR) 기술이다.
DMF는 SR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RM은 수십년전부터 구상된 기술이다. 화산폭발로 발생한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햇빛을 차단하고, 이에 따라 주변 기온이 급감하는 현상에서 영감을 받은 기술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20세기 두번째로 큰 화산폭발로 기록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산의 폭발로 지표면에 닿는 태양빛은 2.5% 줄었고, 15개월간 전세계 평균기온은 0.6℃ 떨어졌다.
이같은 자연현상에 착안해 개조된 비행기를 띄워 성층권에 대량의 유황가스를 인위적으로 뿌려 태양빛을 흡수하거나 우주 밖으로 반사하는 기술도 SRM의 일환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오존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산성비나 호흡기 질환 유발 등 부작용 우려로 실제 시행된 적은 없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입장은 다르다. 기후위기가 '선택'의 문제를 넘어 '현실'로 닥쳤기 때문이다. 일례로 파키스탄은 지난해 전례없는 물난리를 겪었다. 지난해 6월 중순부터 내린 몬순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지난 30년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강우량이 쏟아지면서 1739명이 사망하고, 57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까닭에 지구공학은 기후대응을 위한 '항암치료' 요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이상기후가 국가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면서 부차적인 악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암적인 존재인 기후위기를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지원금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개발도상국 15개 프로젝트에 지원될 예정이다. 각 프로젝트마다 최대 7만5000달러(약 9500만원)가 지급되고, 대부분의 금액은 SRM으로 햇빛이 차단됐을 경우와 SRM 적용없이 기후변화가 그대로 지속될 경우 각각의 지역에 끼치는 영향을 비교하는 컴퓨터 모델링 작업에 투입될 계획이다.
디그리스 이니셔티브 지원금을 두차례 받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의 이네스 카미요니(Ines Camillioni) 교수는 비교 모델링을 기반으로 각국이 합의를 통해 시행 여부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SRM을 직접 연구하는 지구공학 지지자들조차도 지구공학이 기후위기 대응 최선책으로 여기진 않는다"며 "다만 중요한 것은 마침내 사람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심각한 일이 일어날 것이고, 저감 정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어떤 대안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SRM과 같은 지구공학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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