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산림생태계 피해 우려
개미가 기후온난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연구진은 개미들이 기온변화 대응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먹이활동할 때 개미가 선호하는 기온이 있으나 정작 환경의 온도가 변화해도 이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숲에 사는 개미 5종을 각기 다른 온도의 실험실에 넣고 관찰한 결과 개미들은 특정 온도에서의 먹이활동을 선호했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 롤리 인근 숲 16곳에 다양한 먹이를 두고 관찰한 결과 대부분 선호하는 온도보다 더 뜨거운 온도에 놓인 먹이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사 영스테트(Elsa Youngsteadt)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곤충생태학자는 "개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동을 바꾸지 않고 정해진 일과만을 고수하고 있었다"며 그 결과 기온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개미의 행동이 잘 바뀌지 않는 원인을 두고 연구진은 개별 개미의 수명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충분한 온도변화를 경험하고 이것이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각 세대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영스테트 학자는 기온이 오르면 개미는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미들이 이 더운 상황에서 계속 움직일 만큼 충분한 에너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는 "개미들의 신진대사가 빨라져 공복 빈도가 잦아지고 에너지 소모가 심해진다"며 "언젠가는 개미가 행동을 바꾸겠지만 이미 신진대사가 빨라지고 수명이 줄어드는 치명적인 수준까지 기온이 올랐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곤충학자들은 개미가 기온상승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개미가 상승하는 기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개미생태와 나아가 산림생태계가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 개체수가 2천조 마리 이상에 달하는 개미는 토양을 통풍시키고 씨앗을 퍼뜨리며 포식자 및 청소부 역할을 하는 등 많은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한다. 영스테트 학자는 "개미는 생태계의 영양소 순환을 유지하며 만약 숲에 개미가 없다면 이 과정은 매우 더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바세르(David Vasseur) 미국 예일대학 진화생물학자는 개미의 행동이 해당 위치의 평균 온도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며 개미가 이동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빠른 온도변화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미가 뜨거운 온도를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연구진은 밖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개미뿐만 아니라 개미집 내부에서도 기온상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스테트 학자는 이번 연구가 "기온의 상승이 개미 군집과 에너지 흐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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