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원짜리 구찌백이 500만원…메타버스 입은 명품브랜드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7 16:08:13
  • -
  • +
  • 인쇄
로블록스에 '구찌타운' 오픈…업계 최초
버버리·프라다도 Z세대 겨냥 제품 출시
▲'로블록스'에서 구찌의 상품을 살 수 있는 '구찌타운'(영상=로블록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관심이 많이 떨어졌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럭셔리 브랜드의 '메타버스' 공략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은 왜 메타버스 시장을 노리는 걸까?

지난 2021년 구찌는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한정판 가방을 출시했었다. 출시 가격은 로블록스 가상화폐 가치로 5달러(약 6500원) 정도였으나 희소성이 커지면서 재판매 가격이 4115달러(약 543만원)까지 치솟아 화제가 됐다. 실제로 만질수도 없거니와 게임 속에서나 자랑할 수 있는 제품에 500만원이 넘는 돈을 소비했다는 얘기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도 로블록스에서 특별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제작이 불가능한 구름, 물, 나뭇잎 등을 소재로 한 가방을 출시하거나 실제 세계에서 판매중인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팔기도 했다. 실제로 1500파운드(약 235만원)에 판매중이던 제품과 같은 모델명의 제품이 메타버스에서 8.99파운드(약 1만4000원)에 팔렸다.

이밖에도 발렌시아가, 프라다, 톰브라운 등이 10달러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메타버스용 제품을 내놨다. 컨설팅업체 베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절반 이상이 메타버스나 대체불가토큰(NFT)을 실험하고 있거나 곧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분석됐다.

구찌의 경우 로블록스에 가상 매장과 정원, 카페 등으로 구성된 '구찌타운'을 열어 세계 최초로 가상세계 속 부동산을 영구 취득한 브랜드가 됐다.

이처럼 고가 전략으로 전 세계 명품시장을 호령해 온 럭셔리 브랜드가 메타버스 시장에선 '저가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 이유는 비싼 가격 탓에 떨어진 접근성이다. 하나 갖는 것조차 어려운 고가 브랜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세대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생기면서 명품 브랜드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해소하고자 저렴한 가격으로 잠재 고객인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셈이다.

특히 Z세대는 메타버스와 디지털 아바타에 친숙해 이같은 공략이 잘 맞아 떨어졌다. 실제로 로블록스가 지난해 미국 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꼴로 "디지털 패션에 기꺼이 돈을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메타버스 내에서 명품 브랜드를 경험해본다면 훗날 구매력이 생겼을 때 실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계산이다.

두번째 이유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소비자를 일종의 시험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상 매장에 내놓는 제품은 디자인이나 출시 비용을 제외하면 생산·유통 과정에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업체 입장에서는 디자인을 미리 가상 매장에 출시해 보고, 이용자 반응에 따라 이를 실물 시장에도 출시하는 식으로 플랫폼을 활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청소년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은 기존 로블록스에 출시했던 가상 제품인 핑크색 비니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런치메트릭스 최고 마케팅 책임자 앨리슨 브링은 "현실 세계에서 구찌 핸드백을 살 수 없지만 메타버스에서는 5달러로 살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와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관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메타버스 시장은 고급 패션 브랜드에게 있어 디자인을 먼저 선보일 수 있는 '간편한 패션쇼'이자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미국 매체 JP모건은 2030년이면 메타버스나 NFT를 통한 거래 비중이 전체 사치품 시장 매출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선 "메타버스에서 저렴하게 보급되는 상품이 명품 전체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명품 브랜드들의 메타버스 진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소프트' 꼬리표 뗀 '엔씨'…"게임 넘어 AI·플랫폼으로 사업 확장"

엔씨소프트가 설립 29년만에 사명을 '엔씨(NC)'로 변경하고 인공지능(AI)과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올해 주력 지적

삼성전자, 용인에 나무 26만그루 심는다...정부와 자연복원활동

경기도 용인 경안천 일대에 2030년까지 약 26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삼성전자, 산림청, 한국환경보전원은 27일 경기 용인시 경안

"ESG공시 로드맵, 정책 일관성 흔들려...전면 재검토해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놓고 국회와 기후·ESG 싱크탱크가 "글로벌 기준에 뒤처질 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도 충돌한다"며 전면

[ESG;스코어] 롯데칠성·CJ제일제당 '재생용기' 적용 1·2위...꼴찌는?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재생 플라스틱 전환율이 기업의 원가구조를 좌우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ESG 대응차원에서 시작됐던

서울시, 1000명 넘는 행사 '폐기물 감량계획'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하루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에 대해 폐기물 감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대규모 행사

'생산적 금융' 물꼬 틔우는 시중은행들…투자전략은 '각양각색'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계획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이 아닌 산업과 기업의

기후/환경

+

[주말날씨] 일교차 크지만 낮 20℃...건조한 바람 '불조심'

이번 주말은 20℃ 안팎까지 기온이 오르며 전국이 대체로 맑고 따뜻하지만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 산불 위험도 높겠다. 일부 지역에서는 안개와 약한 비

폭염과 폭우·가뭄이 '동시에'...2025년 한반도 이상기후 더 심해져

2025년은 산업화 이전대비 기온이 1.44℃ 상승한 역대 가장 더웠던 해 3위를 기록한만큼 우리나라도 6월부터 시작된 폭염이 10월까지 이어지는 등 역대급

'빌 게이츠·제프 베이조스' 전용기 기후피해 유발 1·2위...일론 머스크는?

전용기 이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피해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인 것으로 드러났다.미국 스탠포

美 36년간 내뿜은 온실가스 1경5000조 피해유발...한국 기후손실액은?

1990년 이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전세계가 약 10조달러(약 1경5000조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피해는 미국뿐 아니라

서부는 41℃ 폭염, 동부는 눈폭풍…美대륙 '극과 극' 이상기후

미국 서부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는데 동부는 폭우·폭설·한파가 동시에 나타나는 '극과극' 이상기후가 일어나고 있다. 서부의 이상고온

바닥 드러나는 댐과 하천들...평년 밑도는 강수에 봄 가뭄 '비상'

예년보다 비가 턱없이 적게 내리면서 봄철 가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과 서해안, 경남 등 지리적 특성상 외부 수자원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