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유리벽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자해했던 범고래가 쓸쓸히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최근 캐나다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암컷 범고래 '키스카'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키스카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양공원 측은 최근 몇 주 사이 키스카의 건강 상태가 계속 악화됐다고 밝혔다.
키스카는 아이슬란드 해역에서 태어나 1979년 포획된 이후 44년동안 해양공원 수족관에 갇힌 채 살았다. 그는 1992년까지 수천 번의 공연에 동원된 인기 범고래였다.
해양공원에는 다른 동족들도 있었고 다섯 마리의 새끼들도 낳았지만 안타깝게 모두 숨을 거두거나 다른 시설로 옮겨져 키스카는 2011년부터 홀로 남게 됐다.
범고래 특성상 무리를 지어 살아가야 하는데 홀로 남겨진 키스카는 작은 수족관에서 빙빙 돌거나, 수족관 유리벽에 몸과 머리를 박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근무했던 필 데머스는 2021년 키스카의 이상 행동을 영상으로 찍어 소셜서비스(SNS)에 공개한 적이 있다. 그는 "해양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키스카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을 관찰했다"며 "위험한 자해 행위로 키스카가 곤경에 처해 있다"라고 호소했다.
키스카의 자해 행위에 대해 처음 보도했던 AP통신은 그의 죽음에 대해 "키스카가 지난 10년동안 해양공원에서 동료나 가족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야 했던 환경이 이 사건의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고래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로 야생에서 여러 세대가 한 무리를 이뤄 살아가는 습성이 있다.
고래보호활동가 롭 로트도 당시 키스카의 모습을 보고 "야생에서 잡힌 아이슬란드 범고래를 40년동안 인공적인 환경에서 길러 생긴 스트레스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고래보호단체 WDC에 따르면 키스카처럼 수족관에 갇혀있는 범고래들은 2023년 1월 기준 전세계에 최소 55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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