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제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직대
KT가 사령탑 부재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27일 윤경림 사장이 대표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28일 구현모 현 대표도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KT의 차기 경영진 인선은 최소 수개월간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여기에 이날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 두 이사의 임기는 각각 2025년 3월 31일까지, 2024년 3월 29일까지였다. 김대유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바 있고, 유희열 사외이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으로, 새 정부들어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KT는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사퇴한 것은 이번까지 모두 4명으로, 이 가운데 3명이 현 야권과 인연이 있다. 앞서 이강철·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는데, 이 전 이사는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가 문재인 정부시절인 2018년 3월부터 KT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와 별도로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내정 이틀만에 사퇴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남은 KT 사외이사는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현 KT 이사회 의장),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외이사를 포함해 4명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3명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에 도전한 상태다.
KT는 대표이사 유고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관 및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의거해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현 위기 상황을 조기에 정상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KT는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사 경영·사업 현안을 해결하고,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와 '뉴 커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성장지속 TF'는 고객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New Governance 구축 TF'에서는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New Governance 구축 TF는 주주 추천 등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전문기관을 활용해 지배구조 현황 및 국내외 우수 사례 등도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 ESG 트렌드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하고,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KT 이사회는 New Governance 구축 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되어 변경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 시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2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번에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게 된 박종욱 사장은 "현 위기 상황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해 KT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고객과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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