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벌집 분석했더니...'미생물 정보' 고스란히 담겨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31 16:27:53
  • -
  • +
  • 인쇄
美 연구팀, 미생물 정보 추적에 꿀벌 활용
바이러스 질환·도시오염물질 추적도 가능


꿀벌로 도시의 미생물 분포를 추적하고, 이 정보를 공중보건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 탠던 이공과대학교 엘리자베스 에나프 조교수 연구팀은 벌꿀, 꿀벌의 신체, 벌집 바닥에 쌓인 찌꺼기를 통해 도시 미생물 생태계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제연합(UN)은 도시 거주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2050년에 이르면 전세계 인구의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박테리아, 곰팡이류, 바이러스 등 도시 내 미생물 분포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생물은 동식물과 상호작용하면서 도시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고, 토양·대기·수질 등 비생물적 환경에 의해서도 분포가 달라지므로 시민들의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연구팀은 벌집당 개체수가 최대 8만여마리까지 늘어나고, 각각의 개체가 벌집을 중심으로 꽃꿀과 꽃가루를 채취하기 위해 반경 1.5km를 오가며 다양한 미생물 정보를 축적하는 꿀벌을 연구에 활용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뉴욕, 도쿄, 베네치아, 멜버른, 시드니 등 전세계 5개 도시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꿀벌은 비행중 다양한 생물 및 비생물적 요소와 상호작용하고, 그 흔적을 벌집으로 옮겨온다. 각각의 도시에서 모은 시료는 꿀벌, 벌꿀, 벌집 내부 찌꺼기, 벌집 파편을 포함한다.

연구팀이 이 시료들을 분석한 결과,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각각의 도시마다 서로 다른 '생태적 지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례로 멜버른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유칼립투스 나무의 DNA가 검출된 반면, 베네치아에서는 부패한 목재에서 발견되는 진균과 대추야자 DNA가 검출됐다.

도쿄에서는 연꽃과 야생대두 DNA 그리고 간장 발효 효소가 검출됐다. 이밖에도 도쿄에서는 고양이 벼룩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리케치아 병원체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이처럼 도시 벌집 활용기술을 발전시키면 바이러스성 질환이나 병원체를 추적해 공중보건을 관리하고, 도시공해를 측정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ESG경영 차원에서 꿀벌 60만마리를 관리하는 람보르기니는 벌들이 모아온 꽃꿀, 꽃가루, 물을 수집해 살충제, 중금속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도심내 오염물질을 감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표본이 적어 더 많은 정보가 축적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벌집 시료는 베네치아 1개, 멜버른 2개, 시드니 2개, 뉴욕 3개, 도쿄 12개 수준으로 표본 수가 저조하다. 이번에 검출된 미생물 정보가 도시 전반의 미생물 환경의 단면이라기보다 각각의 벌집에 대한 특성이 더 많이 반영된 정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에나프 조교수는 "병원체 추적에 곧장 이같은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 "사람에게 이로운 미생물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번 연구 목적은 병원균 감시에 있다기 보다 우리와 상호작용하는 미생물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아 우리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는 미생물일지라도 우리와 함께 도시에 사는 다른 생물종에게는 매우 중요한 미생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3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환경 미생물군집'(Environmental Microbiome)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