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많이 배웠고 수개월 후 재도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1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 첫 시험비행에서 폭발했다.
20일(현지시간) 달·화성 탐사를 위해 첫 시험비행에 나선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은 미국 텍사스 보카치카해변의 우주발사대 '스타베이스'에서 오전 8시33분 발사된지 4분만에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폭발하고 말았다. 대기권을 벗어나지도 못한 채 폭발해버린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3분가량 지났을 때 전체 2단 발사체의 아래 부분인 '슈퍼 헤비' 로켓이 분리되고 우주선 스타십이 궤도비행을 시작했어야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시험비행에선 우주비행사가 탑승하거나, 화물이 적재되지는 않았다.
스페이스X는 비행이 실패로 끝난 뒤 트위터에 "스타십이 단계적인 분리 전에 예정에 없던 빠른 해체를 경험했다"며 "데이터를 계속 검토해 다음 시험비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스타십은 수직으로 이륙해 약 32㎞ 고도까지 도달했다.
당초 스타십은 이날 오전 8시28분에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카운트다운 약 40초를 남겨두고 일부 문제가 발생해 이를 정비한 뒤 예정보다 5분가량 늦게 발사됐다.
머스크는 시험비행 실패 후 트위터에 "스페이스X 팀의 흥미로운 시험비행 발사를 축하한다"며 "몇 달 뒤 있을 다음 테스트를 위해 많이 배웠다"고 썼다. 그의 말 대로라면 다음 시험비행은 수개월 후에야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달과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보낸다는 목표로 개발해온 우주선이다. 길이가 50m, 직경은 9m로 우주선 내부에 150톤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를 싣고 발사된 1단 로켓 '슈퍼 헤비'(69m)는 역대 로켓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추진력이 1700만파운드에 달해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평가돼왔다.
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유한 발사체 중 가장 힘이 센 '우주발사시스템'(SLS·추진력 880만파운드)보다 2배 강력하고, 1960∼70년대 아폴로 계획에 사용됐던 새턴Ⅴ 로켓(760만파운드)의 추진력을 훨씬 능가한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스타십과 슈퍼 헤비의 성능을 각각 시험해왔으며, 두 부분을 결합해 완전체로 비행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타십은 여러 시제품으로 수직 이착륙 시험 비행과 고고도 시험 비행을 거쳤으나, 슈퍼 헤비는 이번이 첫 발사였다. 스페이스X는 사흘전인 17일 스타십 발사를 시도했다가 발사 8분가량을 남겨두고 로켓 부스터의 가압 밸브가 동결되는 문제가 발생해 발사를 연기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월초 지상에서 진행한 33개 랩터 엔진 연소 시험에서 엔진 2개가 가동되지 않았으나 궤도에 오르는 데는 충분한 추력을 낸 것으로 평가됐다.
스페이스X의 발사 중계팀은 이날 비행이 실패로 돌아간 뒤 "33개 랩터 엔진 중 3개가 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로켓 엔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궤도비행이 실패하긴 했지만, 스페이스X 중계팀은 스타십이 처음으로 이륙에 성공했다는 데에 고무돼 "오늘은 정말 굉장한 날이었다"며 자축했다.
이날 스타십과 슈퍼 헤비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스타십은 90분간 지구궤도를 비행한 뒤 하와이 인근 태평양에 입수하고, 먼저 분리돼 떨어진 슈퍼 헤비 로켓은 발사 장소와 가까운 멕시코만에서 회수될 계획이었다.
이날 발사가 이뤄진 보카 치카 해변 인근에는 스타십 발사를 보러 온 사람들 수천 명이 운집해 카운트다운을 함께했다.
이들은 로켓이 굉음과 거대한 불꽃, 연기구름을 뿜어내며 발사되는 장면에 환호했으나, 몇 분 만에 실패로 끝나자 아쉬워했다.
향후 스타십은 반 세기 만에 인류를 달에 보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에 달 착륙선으로도 이용될 예정이어서 NASA도 이날 스타십의 첫 시험비행 시도에 주목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스타십의 첫 합체 비행 테스트를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그는 "큰 위험에는 큰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역사상 모든 위대한 업적은 어느 정도의 계산된 위험을 요구해왔다"며 "스페이스X의 다음 비행 테스트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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