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ESG금융'...탈탄소 외치며 화석연료 '돈줄' 역할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07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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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 선언하고 석유가스회사에 투자
"투자자 혼란 초래하고 잠재 수익도 낮아"

 

'ESG금융'을 선언한 자산운용사들이 뒤로는 석유 및 가스 회사에 4170억달러(약 553조 776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5일(현지시간) 영국의 녹색금융 싱크탱크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카본 트래커는 "15개 주요 석유·가스 회의 상위 20개 주주들을 분석했더니 90개 자산운용사가 포함돼 있었다"며 "이 중 25개 운용사가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의 회원사였다"고 폭로했다. 2020년 출범한 NZAM은 지구 온도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세계 금융회사들의 탄소중립운동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NZAM에 가입된 25개 금융회사들은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등 거대 석유·가스회사 15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석유와 가스에 투자하는 NZAM 회원사들은 많은 투자자들의 의향을 거스르고 고객들의 투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 국적의 거대 금융사들이 이들 회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2022년 기준 미국의 블랙록(BlackRock), 더캐피탈그룹(Capital Group Companies),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와 프랑스의 아문디(Amundi)는 석유·가스화사에 대한 투자를 2배로 늘렸다. 

아문디는 전체 투자액 중 6.1%에 달하는 금액을 15개 석유·가스화사에 투자했다. 또한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는 운용 자산의 2.3%를, 캐피털그룹은 2.0%를, 노던 트러스트(Northern Trust)와 블랙록은 각각 1.7%와 1.3%를 이들 회사에 투자했다.

다른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스위스 금융회사 UBS(UBS Group AG)가 이들 탄소기업에 투자한 자산은 총 관리자산(AUM)의 1.3%에 달하며, 영국의 에버딘 자산운용(Abrdn plc)은 AUM의 1.2%를 투자하고 있다.

▲석유·가스회사에 투자한 상위 35개 금융사 명단(출처=Carbon Tracker)

보고서에 따르면 'ESG', '지속가능', '기후', '탄소', '전환'이라고 이름붙여 판매되는 160개 이상의 펀드들 마저 15개 석유·가스 회사에 46억달러(약 6조1088억원)의 투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가령 블랙록은 자사의 '기후전환 펀드'를 두고 "이 펀드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관련돤 기회를 극대화하고 기후 변화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펀드는 10개 석유·가스 회사에  2억1900만달러(약 2908억320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블랙록의 또다른 'ESG' 펀드인 iShares-ESG UCITS ETF 또한 투자금액의 35%을 15개 석유·가스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이처럼 앞에서는 ESG금융을 선언하고 뒤로는 석유·가스회사의 지분을 사 모으는 것은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이러한 투자 행태는 ESG금융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고객을 기만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각국의 금융 규제당국들은 '그린워싱'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때문에 이는 투자 자체를 위혐에 빠트릴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보고서 주 저자인 메이브 오코너(Maeve O'Connor) 증권 에널리스트는 "NZAM 회원사 등 ESG금융을 선언한 금융사들이 해당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들에 투자한다면 기후위기에 민감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들의 평판이 떨어질 수 있다"며 "또한 다른 투자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기후 및 녹색에너지 전환이 야기하는 투자 손실 등의 리스트들을 더욱 우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ESG 금융조차 탄소기업에 투자한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ESG 금융 자체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석유·가스 회사들이 이전처럼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탈탄소 기조에서는 이들 회사들이 설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1.5°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석유와 가스 모두에 대한 전세계 이산화탄소 수요가 75% 감소해야 한다.

공동저자 마이크 코핀(Mike Coffin) 석유, 가스 및 광업 부문 책임자는 "화석연료에서 청정기술로의 에너지 전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피해로 인해 과감한 정부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은 청정에너지 수요를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 겨울에는 유럽의 에너지 사용 비중에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5개 석유·가스 기업이 수요 감소에 맞춰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 없다면 석유 및 가스 투자는 예상 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그러나 15개 석유·가스 기업 대부분은 생산량을 늘리려고 하고 있으며, 모두 저탄소 미래에는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잠재적 생산 자산 포트폴리오를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코핀은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녹색 전환을 지지하며 이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자 한다"며 "그러나 다국적 거대 금융사들이 파리 협약에 부합하지 않는 석유·가스 회사의 재정적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들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자산운용사들은 이에 대해 "석유·가스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면 이들이 탈탄소 행보를 걷게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되레 NZAM 회원사가 비회원사보다 에너지전환과 관련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빈도가 훨씬 낮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지속가능한' 펀드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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