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오를 때마다 1.4억명 극한기후 노출...'기후난민' 속출하나?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3 16:23:35
  • -
  • +
  • 인쇄
연평균 기온 29℃ 넘으면 '기후틈새' 벗어나
기온 계속 오르면 2030년에 20억명이 피해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덮고 습한 극한기후로 인해 거주지를 이주하려는 기후난민이 수억에서 수십억명씩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학교(University of Exeter)와 중국 난징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현재 추세로 진행되면 지표면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2.7℃ 이상 오르는 기후위기 상태가 될 것이며, 2030년까지 20억명의 사람들이 '기후틈새'에서 밀려나 29℃ 이상의 연평균 기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틈새'는 연평균 기온이 13℃~25℃로, 사람이 살기 적당한 기후를 말한다. 대부분의 인구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범위를 벗어난 지역은 너무 덥거나 춥거나 건조해 사망률 증가, 식량생산량 감소, 경제성장률 저하 등이 발생한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기후틈새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략 6000만명이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지구 평균온도가 0.1℃ 상승할 때마다 1억4000만명이 추가로 기후틈새 지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연구진은 "지구 온도가 2.7℃까지 계속 상승한다면, 기후위기와 인구증가가 맞물려 2030년에는 20억명, 2090년에는 37억명의 인구가 기후틈새 밖에 살게 될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인 3.6℃까지 상승하게 되면 전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기후틈새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논문의 선임 저자인 마르텐 셰퍼(Marten Scheffer)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 교수는 "사람들이 기후틈새 밖에 있을 때는 번성하지 않았다"며 "연구진은 기후에 비해 인간의 분포가 얼마나 급격하게 제한돼 있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인도 등 더운 지역에 위치한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틈새 밖으로 밀려나 최악의 상황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인도는 9000만명이 평균 기온이 29℃ 이상인 상태에서 살고 있지만, 지구 기온이 2.7℃로 상승하면 이 인구는 6억명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 동남아권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 영향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실제로 전개됐을 때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셰퍼(Marten Scheffer) 교수는 "기후틈새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더 시원한 곳으로 이주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 인구가 최대 10억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후틈새는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1991년~2018년까지 여름철 열관련 사망자의 3분의 1 이상이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징대학교의 치 쉬 교수는 "고온은 사망률 증가, 노동생산성 감소, 인지능력 저하, 학습장애, 임신결과 악화, 농작물 수확량 감소, 분쟁 증가, 전염병 확산 등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1.5℃로 기온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면 기후틈새 밖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연구진은 도심지역에서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도심 녹지공간 조성을 꼽기도 했다.

엑서터대학교의 팀 렌튼(Tim Lenton) 교수는 "이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사람들이 폭염에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기후 비상사태의 '엄청난 불평등'을 보여준다"며 "지구온난화의 비용은 종종 재정적 용어로 표현되지만 이 연구는 기후 비상사태에 대처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심각한 인적비용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해당 연구는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tockholm Environment Institute)의 리처드 클라인(Richard Klein) 박사는 "이 연구가 잘 보여주는 것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수있는 직접적인 고통"이라며 "기후틈새 밖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의 로렌스 웨인라이트(Laurence Wainwright) 박사는 "인간은 특정온도에서 특정지역에 사는데 익숙해져 있다"며 "이 온도가 바뀌면 신체건강, 정신건강, 범죄, 사회불안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첨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2일자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y)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