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투자 제역할 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전세계 157개 다국적 대기업(MNE)이 산업부문 이산화탄소의 60%를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은행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23일(현지시간) 발간하면서, 기후대응의 열쇠는 다국적 대기업에 달렸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157개 다국적 대기업의 직접 활동과 공급망이 전세계 산업부문 배출량의 최대 60%를 차지했다. 이들 대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비중은 10%이지만 공급망을 통한 간접 배출량이 산업부문의 절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탄소배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157개 대기업 가운데 생산·공급망의 탈탄소화를 선언한 곳은 많지 않았다. 2050년까지 넷제로를 선언한 곳은 157개 대기업 가운데 25%에 불과했다. 또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장기전략을 수립한 대기업은 20%였고, 중기전략을 수립한 곳은 13%, 단기전략을 수립한 곳은 5%에 그쳤다.
장기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자본 배분 전략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며 "더구나 생산·공급망의 탈탄소화를 위한 단기계획조차 없는 대기업들의 장기전략은 신뢰성 문제를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다국적 대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기술과 재원을 조달하는데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국적 대기업들은 저탄소-친환경 공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실제 CDP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에 따르면 철강부문 다국적 대기업들은 동종업체에 비해 동일 생산량에서 탄소배출량이 18~48%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의 경우도 다국적 대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은 탄소배출량이 1~11% 더 적었다.
보고서는 "이는 다국적 대기업들이 저탄소 지식과 기술을 다른 기업들에게 전파해 해당부문의 평균 탄소집약도를 낮추고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전반적으로 다국적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생산기술을 보급한다면 다른 기업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다국적 대기업들은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인수합병(M&A) 등 금융을 통해 탄소배출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 대기업은 각국에 직접투자를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중요한 재원을 제공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공공 및 기타 민간투자와 함께 다국적 대기업의 직접투자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중요한 재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으로 개발도상국 등 기후취약국에 대한 투자를 들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기후대응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수적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매년 5500억~8500억달러를 투자해야 하며, 극한기후 적응을 위해서는 800억~1200억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 보고서는 "다국적 대기업이 이들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면서 해당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또한 다국적 대기업은 친환경 기업들을 고가치에 M&A함으로서 녹색금융을 주도할 수 있다. CDP에 따르면 친환경 기업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성장해 2021년에는 친환경부문 M&A 가치가 탄소배출 기업의 M&A 가치를 추월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저탄소 제조방법의 급격한 비용 하락과 상당한 성장 잠재력에 반응하고 있다"며 "이에 기업들도 정부와 투자자, 주주들로부터 저탄소 활동에 참여하라는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또한 다국적 대기업과 더 많이 교류하는 기업일수록 친환경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다국적 대기업의 친환경 활동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세계은행의 글로벌 투자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 정부의 압력을 받을 때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에 투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보고서는 "정부의 압력은 다국적 대기업이 친환경 기술이전을 장려하고 지속가능성 활동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데 있어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부유국의 다국적 대기업은 개발도상국보다 탄소중립 목표에 더 많이 헌신하고 있다"며 "반면 개발도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대기업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는 다국적 대기업의 탈탄소화 선언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다국적 대기업의 75%는 서유럽에 위치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나머지 유럽지역에 위치한 다국적 대기업의 25~50%가 탄소중립을 약속한 반면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또는 동남아시아에 본사를 둔 대부분의 다국적 대기업은 탄소중립을 선언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 법률 지원, 페널티, 재정지원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다국적 대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나 하다드(Mona Haddad) 세계은행 이사는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경쟁속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후변화 완화 계획의 일환으로 다국적 대기업 행동을 형성해 기후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선도적인 다국적 대기업은 지속가능성 기준을 부과하거나 친환경 기술이전을 장려할 수 있으며, 이는 경우에 따라 수백만명의 생산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기후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반면 다른 다국적 대기업은 비협조적이거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 방해, 로비 활동을 통해 국가의 배출량 감축을 위한 진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국제기후행동전략의 성공여부는 중추적인 다국적 대기업들의 행동을 개혁해 글로벌 투자 흐름을 늘리려는 의지에 달려있다"며 "다국적 대기업은 기후변화 정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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