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북극 땅다람쥐의 번식주기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알래스카대학교 페어뱅크스캠퍼스(University of Alaska Fairbanks) 연구진은 북극에 살고 있는 땅다람쥐에 대한 25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동안 암컷이 동면에서 더 일찍 깨어나는 반면 수컷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땅다람쥐의 이같은 동면의 불일치는 찍짓기 성공률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종국에는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우려했다.
북극 땅다람쥐는 알래스카 지방에 사는 작은 설치류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겨우내 동면을 취하다 봄에 깨어나 짝짓기를 한다. 일반적으로 수컷 땅다람쥐는 짝짓기를 준비하기 위해 암컷보다 먼저 동면에서 깨어난다. 수컷들은 겨우내 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이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암컷 땅다람쥐가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25년간 199마리의 야생 다람쥐 개체의 복부 및 피부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암컷은 동면이 끝나고 매년 깨어나는 시기가 빨라졌다. 반면 수컷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암컷 다람쥐 입장에서는 더 이른 시기에 께어나면 지방을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봄에 더 빨리 뿌리와 새싹, 열매 및 씨앗을 찾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땅다람쥐가 짝짓기 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연구진들은 "수컷은 동면 패턴변화가 없는 반면 암컷만 최대 10일 일찍 깨어난다"며 "수컷이 동면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수컷과 암컷이 데이트할 수 있는 날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늑대와 독수리 등 북극 포식자들에게 땅다람쥐는 좋은 먹잇감이다. 따라서 일찍 일어난 암컷 땅다람쥐는 그만큼 잡아먹힐 위험도 커진다. 수컷 땅다람쥐가 뒤늦게 깨어났는데 정작 암컷 땅다람쥐는 대부분 먹히고 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이 원인으로 북극 온난화를 꼽았다. 연구진들은 "북극 토양이 이전만큼 차갑지 않아 암컷 땅다람쥐는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수석저자인 헬렌 치무라(Helen Chmura) 미국 농무부 산림청 연구원은 "데이터에 따르면 땅다람쥐가 동면하는 활성층은 점점 가을에 늦게 얼고, 한겨울에도 춥지 않으며, 봄에 약간 일찍 녹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m 깊이의 토양이 얼어붙는 시간이 약 10일 정도 단축되는 이러한 변화는 불과 25년동안에 발생했으며, 이는 상당히 빠른 속도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이는 기후변화가 종의 생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같은 현상이 다른 종에서도 반복된다면 이는 전반적인 생태 불균형과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의 공저자인 로렌 벅(Loren Buck) 노던 아리조나대학(Northern Arizona University) 생물학 교수는 "25년간 진행된 이 연구에서 마침내 암컷과 수컷 다람쥐의 동면기간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암컷 다람쥐의 조기 기상은 생태계의 먹이 그물망 전체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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