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석유·에너지 기업들의 주요 주주들이 지난 주주총회에서 탄소중립이 아닌 석유 수익극대화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Exxon Mobil Corp)과 셰브론(Chevron Corp)의 주주연례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준수하고 화석연료 생산감소를 강제하는 결의안이 부결됐다. 이 안건은 기후행동주의 주주그룹인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제안한 것으로, 반년 전보다 찬성표가 10% 줄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P, 로열 더치 쉘(Shell Plc),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SE) 등 유럽계 기업들도 비슷한 안건이 상정됐지만 모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고 부결됐다.
이는 석유기업들의 ESG를 적극 압박하던 지난해 모습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2021년 엑손모빌이 환경주주단체 엔진1(Engine No.1)의 켐페인으로 이사 3명을 교체하는 등 주주들은 기업의 탈탄소에 적극적이었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러한 주주행동주의는 투자자들의 저조한 수익률로부터 기인했다"고 말했다. 즉 석유기업의 많은 주력사업들이 예산을 초과하고 이들의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원유를 높은 값에 받는 게 필요했으며,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석유생산을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폭염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자 석유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입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 후 원유 시장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거대 석유기업들은 그 시기 벌어들인 현금을 바탕으로 주주 수익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엑손과 셰브론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연간 약 60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BP, 로열 더치 쉘, 토탈에너지는 영국과 프랑스 우량주 거래소의 시가총액 상위 5위권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손 CEO는 주주총회에서 "고객이 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배출에 석유회사가 초점을 맞추라는 요구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접근방식"이라며 "에너지 수요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우리들이 운영을 중단하면 소비자는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혹은 고탄소 배출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후행동주의 주주들은 이같은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팔로우 디스의 설립자인 마크 반 발(Mark van Baal)은 "최근의 투표는 전세계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아직 기업과 금융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인 위험과 단기적인 이익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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