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바다의 저층수 온도는 상승하고 해류속도는 느려지면서 기후변화 및 심해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남극조사국(BAS)은 남극 반도 동쪽에 위치한 웨델 해의 저층수가 바람과 해빙의 변화로 인해 감소하고 있다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남극 해저 수심 2000m 아래의 남극저층수(Antarctic bottom water;AABW)는 지구상에서 가장 차갑고 밀도·염도가 높은 물이다. 이 물은 열과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의 완충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심해에 산소를 공급하고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연구진이 수 십 년에 걸쳐 수집된 선박 및 인공위성 데이터로 심층수의 부피 및 온도, 염도를 분석한 결과, 저층수의 양이 지난 30년동안 20% 이상 줄고 다른 해역보다 온난화 속도가 4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저층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바람의 약화로 해빙 형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남극저층수는 남극 주변 일부 수역에서만 생산된다. 남극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빙붕에서 새로 형성된 해빙을 밀어내 '폴리냐'라고 불리는 탁트인 수역을 만든다.
이 폴리냐에서 다량의 차가운 소금물이 만들어져 남극 대륙의 경사면을 따라 해저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이렇게 해저에 도달한 저층수는 전세계 바다로 퍼지며 탄소를 저장한다. 폴리냐가 확대되면 해빙도 더 많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이 약해지면서 폴리냐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해빙 및 저층수 생산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새 해빙은 웨델해의 저층수를 만드는 데 필수다. 물이 얼면서 소금을 밖으로 밀어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물은 밀도가 높아지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알레산드로 실바노(Alessandro Silvano) 공동저자는 "웨델해에서 관측된 결과는 심해가 수세기에 걸쳐 변화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그 변화가 불과 수십 년만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심해의 변화는 기후완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바노 저자에 따르면 저층수는 인간이 초래한 탄소오염을 심해로 옮겨 저장하는 전세계 해양순환의 핵심이다. 심층 순환이 약해지면 심해에 흡수되는 탄소의 양이 줄어 바다가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능력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바다는 1970년대 이후 전세계 잉여열의 90%, 인간이 생산한 탄소오염의 약 3분의1을 흡수해왔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현상은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의 결과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다만 기후변화 또한 남극 심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해빙이 녹으면서 바다 염도를 희석시키고 남극의 심해 순환을 늦추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막지 않으면 심해수 순환이 붕괴돼 기후와 해양생물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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