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망치는 국가보조금...세계은행 "잘못된 곳에 쏟아붓고 있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6-16 13: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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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보조금 5770억달러로, 재생에너지 2배
부유국이 개도국에 약속한 기후재원보다 6배 많아
▲해독적 개발(Detox Development) 표지 (출처=세계은행)

화석연료, 농업 및 어업에 대한 수조달러의 보조금이 '환경적 혼란'을 야기해 사람과 지구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15일(현지시간)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보고서 '해독적 개발(Detox Development)'에 따르면 농업, 어업 및 화석연료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직접적 지출은 연간 1조2200억달러(약 1520조원)로 멕시코 경제규모에 맞먹는다. 간접 보조금까지 합하면 최소 7조2500억달러 규모다. 또 세금면제, 지구온난화 및 대기오염 악화로 인한 피해 비용과 같은 암묵적 보조금은 11조달러에 달한다.

보고서는 "일부 국가에서는 보조금 기록을 일부 누락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증가한 보조금은 아직 완전히 집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재했다.

세계은행은 "화석연료 소비를 보조하기 위해 각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 기금보다 6배 많이 지출하고 있다"며 "보조금의 최대 수혜자가 부자와 권력자이기 때문에 보조금이 고착화돼 개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석탄, 석유, 가스에 대한 명시적 보조금은 5770억달러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의 2배에 달하며, 부유국가들이 개발도상국에 약속한 기후 재원보다 6배나 높다.

세계은행 수석 전무이사 악셀 반 트로첸버그(Axel van Trotsenburg)는 "사람들은 기후를 위한 돈이 없다고 말하지만, 돈이 잘못된 곳에 있을 뿐이다"며 "낭비성 보조금으로 지출되는 수조달러의 용도를 변경해 더 나은 친환경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면 지구의 가장 시급한 많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세계은행은 "기후 및 자연 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보조금 개혁이 필수"라고 밝혔다. 리처드 다마니아(Richard Damania) 세계은행 지속가능한 개발담당 수석은 "한편으로는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환경적으로 해로운 보조금은 전세계 개발의 가장 해로운 측면 중 하나"라며 "수조 달러가 버려지고 있고 수조 달러가 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개혁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농업과 어업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보조금으로 인해 전세계 산림 벌채의 약 14%에 해당하는 연간 220만헥타르를 파괴하고 이로 인해 연간 약 400만건의 말라리아가 추가로 발생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조금을 받은 비료가 과도하게 사용돼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막대한 질소 오염을 일으켰다.

또한 보고서는 "어업 보조금은 연간 약 1180억달러에 달하며 해양 생물을 과도하게 착취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바다를 '집단적 위기 상태'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식량 및 토지이용연합(Food and Land Use Coalition)의 모건 길레스피(Morgan Gillespy)는 "보조금 개혁은 사람과 지구를 모두 보호하려면 매우 시급하고 필수적이다"며 "비효율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보조금 지출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전 세계 기후 및 자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비용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고 강조했다.

국제 싱크탱크 해외개발연구소(ODI)의 이펙 겐슈(Ipek Gencsu) 연구원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청정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제공해야 할 시기에 되레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이 급증했다"며 "그 결과 소비자와 사회를 화석연료 중독에 더욱 가두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보조금 이슈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삭감하기 여렵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보조금 개혁은 많은 비용이 들지만 무대책으로 인한 비용은 더 크다"며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보고서는 "보조금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이나미 수석은 "같은 돈일 경우 보조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며 "국민들은 정부가 개혁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하고, 개혁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많은 국가에서 부채 수준이 높아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조금 개혁이 환경 활동을 위한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을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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