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돌아오지 못한 잠수정 '타이탄'...같은 곳에서 111년전 비극 되풀이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3 10:02:03
  • -
  • +
  • 인쇄
타이타닉호 인근서 잔해발견...내부폭발한듯
3.4억씩 내고 모험 즐긴 억만장자들 5명 사망
▲탑승객 5명을 태우고 4000m 심해에서 폭발된 잠수정 '타이탄' (사진=연합뉴스)


111년전 대서양에 침몰된 타이타닉호를 관광하러 나섰던 심해잠수정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400m 심해에서 연락이 두절된지 나흘만에 탑승객 5명 전원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2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타이탄 실종 직후 미 해군의 탐지 시스템은 해저에서 폭발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으며, 관계자들은 이를 즉시 상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타이탄은 지난 18일 오전 잠수를 시작한지 1시간45분 후 연락이 두절됐다.

폭발음이 들려온 곳은 타이탄 잔해가 발견된 장소와 인접한 곳이었다고 한다. 이날 미 해안경비대는 타이태닉호 뱃머리로부터 488m 떨어진 해저에서 테일콘(기체 꼬리 부분의 원뿔형 구조물) 등 잠수정 잔해물 5개를 발견했으며, 타이탄 탑승자 5명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잠수정은 내부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존 모거 보스턴 해안경비대 소장은 브리핑에서 "잔해물은 이 잠수정에서 비극적인 폭발이 발생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타이탄이 실종 당일 바로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그후 폭발한 것인지 구체적인 시점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모거 소장은 덧붙였다.

수색 과정에서 이틀에 걸쳐 쿵쿵거리는 수중 소음이 탐지돼 실종자들이 살아있는 게 아니냐는 희망이 부풀기도 했지만, 탐지된 소음과 타이탄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안경비대는 탑승자와 잠수정을 회수하기 위한 수색 작업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신 발견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모거 소장은 "저 아래 해저는 엄청나게 힘든 환경"이라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잠수정 운영사인 오션게이트도 이날 성명을 내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타이탄'에 타고 있었던 (왼쪽부터) 샤자다 다우드, 술레만 다우드, 폴 앙리 나졸레, 스톡턴 러시, 해미쉬 하딩 (사진=연합뉴스)


이 잠수정에는 운영회사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CEO)와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술레만, 프랑스의 해양전문가 폴-앙리 나졸레가 타고 있었다.

오션게이트의 CEO 스톡턴 러시의 부인 웬디 러시는 1912년 타이타닉 침몰 당시 일등석에 타고 있던 '스트라우스 부부'의 고손녀로 알려지면서 비극의 대물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해미쉬 하딩은 영국의 억만장자 탐험가로 두바이에 본사를 둔 민간비행기 회사 '액션항공'의 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을 하기도 했다.

프랑스 국적의 폴 앙리 나졸레는 타이태닉 잔해가 있는 북대서양 바다를 35차례 이상 잠수한 해양전문가로 '미스터 타이태닉'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파키스탄인 샤자다 다우드는 전기, 비료, 우유 등 거의 모든 사업부문을 보유한 재벌기업 '엔그로'의 소유주로, 샤자다는 섬유와 비료 제조업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다우드와 함께 타이탄에 탑승한 아들 술레만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 1학년 과정을 갓 마친 상태였다.

▲브리핑하는 존 모거 미국 해안경비대 소장 (사진=연합뉴스)


실종된 타이탄은 6.7m 길이에 탄소섬유와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잠수정으로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을 태우고 해저 4000m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대 나흘치 산소를 채울 수 있고, 탑승비용은 1인당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에 달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오션게이트가 충분한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이 잠수정을 개발해 운용했다는 지난 2018년부터 회사 안팎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7월 이 잠수정을 타고 타이타닉호를 관광한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제작자 마이크 리스는 "탑승하기전 사망시 면책서류에 서명하도록 했다"며 "첫 페이지에만 '죽음'이란 단어가 세 번이나 언급된 길고 긴 포기각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 심해잠수정은 콘솔게임에 사용되는 3만8000원 수준의 '조이스틱'으로 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타이탄을 소유한 오션게이트 익페이션 최고경영자(CEO) 스톡턴 러쉬는 미국 CBS 방송에 나와 "잠수정은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로 조종된다"며 "특정 버튼을 눌러야 작동된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잠수정이 실종된 원인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잠수정 조종에 사용된 조이스틱이 무선이라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조이스틱은 무선 특성상 연결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