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고래가 몸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려 인간이 탄 배에 반복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해외에서 관찰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오호 데 리에브레(Ojo de Liebre) 석호에서 귀신고래가 인간의 손을 빌려 기생충을 제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촬영된 영상을 보면 귀신고래가 작은 배의 선장에 다가가고, 선장은 고래의 머리에서 고래이를 뜯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 속 주인공인 바하칼리포르니아주 출신 관광선 선장 파코 히메네스 프랑코(Paco Jimenez Franco)는 당시 "고래가 계속 이를 떼어낼 수 있도록 더 다가왔다"고 말했다.
프랑코 선장은 귀신고래들이 이를 떼어내려 인간에게 반복적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돌아오는 고래들은 모두 같은 개체였다.
회색고래, 쇠고래로도 불리는 귀신고래는 여타 고래처럼 움직임이 느려 특히 기생충에 취약하다.
갑각류의 일종인 고래이(cyamids)는 고래의 몸 표면을 기어 다니며 조류와 각질을 먹고 산다. 고래에게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기생보다 공생에 가깝다는 연구도 있지만, 문제는 고래이가 피부에 붙어있거나 움직이는 과정에서 고래에게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동물학자 마크 카워딘(Mark Carwardine)은 "고래이가 날카롭고 구부러진 발톱으로 피부를 붙들고 있으면 작은 바늘에 찔리는 느낌이 나면서 아플 수 있다"며 "고래는 피부가 매우 민감한데, 수천 마리의 고래이가 이 피부에 들러붙어있으면 고래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워딘 박사는 "고래가 인간에게 접근해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바하칼리포르니아주 근해의 귀신고래는 20세기에 대대적으로 포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트에 많은 호기심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경꾼들에 맞서는 사나운 성격 때문에 포경꾼들에게는 '악마고기'로도 알려져 있다. 인간을 제외한 귀신고래의 유일한 포식자는 범고래다.
이같은 고래의 행동은 인간과 유사 공생관계를 맺은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귀신고래가 최소 80년간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포경기간 생존한 개체들이 이후 이익을 얻기 위해 인간에게 적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카워딘 박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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