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태풍처럼 명칭을 붙이자?...WMO '시기상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9 11:29:31
  • -
  • +
  • 인쇄
국제표준 분류법·등급체계 전무
자극적 명칭으로 본질 흐릴수도
▲극심한 폭염에 얼굴을 씻는 튀르키예 남성 (사진=연합뉴스)


매해 맹위를 떨치는 폭염에 태풍처럼 이름을 붙여주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대표적 기상 웹사이트 '아이엘메테오'(iLMeteo)는 올여름 유럽 전역을 덮친 극심한 폭염을 '케르베로스'와 '카론'으로 명명했다.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머리 셋 달린 개로, 지옥의 문을 지키는 괴물이다. 카론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뱃사공이다. 그는 죽은 자의 영혼을 스틱스강 건너 지하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폭염을 이름을 붙이는 것은 태풍에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통상적인 일은 아니다. 태풍의 경우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이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돌려가면서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폭풍에는 '에밀리', '신디', '숀' 등 이름이 붙는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명칭을 사용하면 각국이 태풍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더 수월하기 때문에 이처럼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고유의 이름을 붙인다.

반면 폭염에 이름을 붙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국제협약이 없는 상태다. 일부 기관 등이 지은 이름이 널리 퍼져 사용되는 것일 뿐, 태풍처럼 공식명칭을 붙이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제 폭염은 더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뉴노멀' 현상이 됐다고 보고, 이름을 붙이려 시도하고 있다. 케르베로스와 카론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폭염에 매년 공식명칭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다. 우선 폭염에 붙는 자극적 명칭이 문제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WMO는 전날 공개한 성명에서 "단일 폭염에 이름을 붙이면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폭염) 대응법과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 같은 주목해야 할 사안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이탈리아 기상학회는 BBC 인터뷰에서 "최근 비공식적으로 진행된 폭염 명칭이 이탈리아에서는 다소 선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반대 이유로는 폭염과 관련된 과학이나 분석시스템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태풍과는 달리 폭염 예보, 경보 등 시스템은 아직 미숙한 단계에 있으며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폭염을 비롯한 극한기온 현상에 대한 국제표준 분류법이나 등급체계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염에 이름을 붙이는 건 위험관리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폭염 대응책을 시행하는 데 오히려 혼선을 줄 수 있다고 WMO는 전했다. 이어 "폭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극한기온 현상을 식별하거나 특징짓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이유로 WMO는 "당분간 폭염명칭 지정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WMO는 "121개 정부로 구성된 WMO 서비스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이 문제를 검토했으며, (명명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