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가 기준...伊쪽으로 100m 이동
지구온난화로 알프스 빙하가 녹아버리면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위스가 국경선을 다시 긋는다.
27일(현지시간) EU전문매체 유랙티브에 따르면 알프스산맥 마터호른산에 테오둘 빙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이탈리아-스위스 접경지역에서 양국 지역당국이 조만간 지반 안정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온난화로 이탈리아쪽 빙하가 다 녹아 맨땅을 드러낼 정도로 심각해지면서 인근 스키리조트들의 안전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안정화 작업은 스위스가 주도한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빙하를 유지함으로써 모두가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지역은 국경은 달라도 지역경제가 스키리조트에 의존하고 있고, 주민들이 불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점이 많다.
이는 국경을 재설정하기 위한 협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통상 알프스 접경 국가들은 분수령이나 빙하로부터 흘러내려오는 물줄기를 기준으로 국경을 나눴다. 하지만 지난 40년 사이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1000여개 사라졌다. 양측 지역이 위치한 테오둘 빙하도 예외는 아니었다. 빙하의 4분의 1이 소실되면서 물줄기가 100m가량 이동한 것이다.
이탈리아 주민이 수대에 걸쳐 운영해온 관광객 산장 체르비니아 대피소가 국경에 걸치면서 지난해 8월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5월 스위스-이탈리아 국경점검위원회가 스위스 베른에서 진행한 3일간의 회담 끝에 협정 초안이 마련됐고,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 최종적으로 양측의 정치적인 비준을 받아 국경 조정이 시행되도록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각국의 탄소중립 노력이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최적의 시나리오로 흘러가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 해도 금세기말에 이르면 알프스 산맥 빙하의 3분의 2가 사라질 전망이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당국은 얼음이 걷히면서 늘어나는 도시개발과 관광수요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탈리아는 수년째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몽블랑의 3개 봉우리를 두고 공방중에 있고,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는 이미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무력충돌도 발생한 바 있어 향후 기후위기가 외교문제로 불거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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