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 의식했나?...UAE의 COP28 언론대응 문건 '파장'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2 14:31:54
  • -
  • +
  • 인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에서 개최되는 COP28 관련 보도에 대응하는 문건을 만든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대응 문건에는 "모든 정부기관은 언론에 대한 실제 대응에 앞서 UAE 국가미디어사무소에 알리고 최종 승인을 받는 것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COP28을 주최하는 UAE의 '민감한 이슈'를 담은 목록을 담은 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문서에는 석유 및 가스 생산량 증가부터 인신매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언론 취재에 대응하기 위한 메시지가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을 만든 목적은 "국제언론이 UAE에 대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이해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UAE의 평판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문서는 'COP28 UAE 주요 메시지 및 서사'로 시작한다. 해당 부분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수소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화석연료, 석유 또는 가스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계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는 것만이 지구 가열을 막는 시급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COP28 문건에는 언급조차 없는 것이다. 또한 UAE는 이미 지난 4월 석유 및 가스 생산을 확장하려는 계획이 들통나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COP28 주요 메시지는 '우리는 오늘날 우리가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이다"며 "정작 의장국인 UAE는 석유 생산을 확대하는 그린워싱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COP28의 회장인 알 자베르(Al Jaber)가 UAE 국영석유회사 아드녹(Adnoc)의 CEO라는 사실이 계속 비난을 받는 가운데, 해당 문서에는 "아드녹은 2016년 이후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거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하지 않았다"며 "관련 취재가 들어오면 아드녹은 현재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하라"는 지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알 자베르는 변호인을 통해 "본인은 에너지, 기후, 외교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며 "따라서 의미있는 행동을 달성하고 통합하는데 필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문건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유일한 언급은 '탄화수소 경제로서의 UAE(화석연료 로비)'라는 제목이 붙은 부분에서 나와있다. 이 부분에는 "UAE는 석유와 가스의 탄소집약도를 줄이면서 미래의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답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석유 또는 가스의 탄소집약도는 연료를 생산할 때 단위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작 연료가 연소될 때 나오는 배출량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문서에는 "UAE가 최근 기후공약의 수준을 높였다"고 언급됐지만 실제로는 2030년까지 UAE의 탄소배출량이 증가할 예정이라는 사실은 빠져있다. 더불어 문서는 "UAE의 1인당 탄소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질문이 들어올 경우, 우리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가는 이유라고 답하라"고 쓰여있다.

이 문서가 공개되자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비판했다. 기업유럽관측소(Corporate Europe Observatory) 파스코 사비도(Pascoe Sabido) 코디네이터는 "COP28은 기후행동을 위한 기치가 아니라 석유 및 가스 산업박람회가 되어 버렸다"며 "산업계 전체가 이 과정에 성공적으로 동조하면서 우리를 기후재앙의 소용돌이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 문서에는 자금세탁, 예멘에서의 전쟁범죄, 정치범, 여성과 소수자 인권탄압, 언론검열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나열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인권단체 페어스퀘어(FairSquare)의 니콜라스 맥기한(Nicholas McGeehan)은 "인권 측면에서 UAE의 문제는 설득력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이 보고서의 핵심은 UAE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기후운동가들이 UAE의 이중성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문건이 유출된 이후 UAE COP28 사무소, UAE 국가미디어사무소, 아드녹은 언론의 취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은행, 대한적십자사와 '기부신탁' 업무협약 체결

우리은행이 대한적십자사에 적십자회비를 전달하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우리은행이 성숙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대한적십자

KB국민은행, 새내기 장애대학생 135명에게 노트북PC 지원

KB국민은행이 새내기 장애대학생 135명에게 최신형 노트북과 학습보조기구를 지원했다고 14일 밝혔다.KB국민은행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금까지 2

하나은행, 지역 상생 '대전 D-도약펀드' 1000억원 출자

하나은행이 지역 상생을 위해 '대전 D-도약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하나은행이 대전광역시, 대전투자금융과 함께 지역 스타트업 혁신성장 지원 및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 사업회사 유상증자에 '1조원 출자'

포스코홀딩스가 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회사 유상증자에 총 9226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포스코

CDP 환경평가 A등급 기업은 2만2777개 중 2%에 그쳐

지난해 전세계 2만2700여개 기업 가운데 환경성과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은 2%에 불과했다.국제비영리기구 CDP(옛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지난해

국내 기업 69.6% "탄소중립 경쟁력에 도움"...그러나 현실은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탄소중립 대응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투자리스크 때문에 선뜻 실행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기후/환경

+

훼손된 산림 회복속도 길어진다..."기온상승과 수분부족탓"

나무가 훼손된 산림이 기온상승과 강수량 부족 등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미국 콜로라도주

탄소만 줄이는 온실가스 정책...'탄소고착' 현상 초래한다

영국 정부의 탈탄소화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혁신을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아랍에미

곤충도 못 버티는 '열대야'...도시 꿀벌 65% 줄었다

꿀벌을 비롯한 곤충도 열대야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JMU) 연구팀은 독일 바이에른주 전역 179곳에서 곤충 현황을 조사해보니

30년간 전세계 해수면 10cm 상승..."상승속도 점점 빨라져"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9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위성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지구의 해수면은 약 10c

'EU 기후목표' 환영했던 오스트리아 입장 돌변...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40 온실가스 90% 감축'을 가장 먼저 환영했던 오스트리아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EU 권고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나서

트럼프, 국가기후평가 직원 400명 해고…美보고서 발간 종료?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기후평가(National Climate Assessment) 보고서 작성을 주도해온 과학자 및 연구자 약 400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