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 줄면 가격폭등으로 식량·경제난 가중
전세계 쌀 수출규모가 2위인 태국이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짐에 따라 쌀 생산량 감축을 유도하고 있어, 국제 쌀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태국 국가수자원청 수라스리 킷티몬톤 청장은 "누적강수량이 예년보다 40% 감소해 물부족 위험이 크다"며 "벼와 같은 한해살이 작물 대신 여러해살이 작물 위주로 농사를 지어 식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자국 농민들에게 요청했다.
한해살이 작물인 벼는 1kg 수확하는 데 물이 2500리터가 든다. 반면 수수와 기장 등 여러해살이 작물은 1kg 수확할 때 필요한 물의 양은 650~1200리터로 벼의 절반에 못미친다.
태국은 올 4월 역대 최고기온인 45.4℃를 기록하는 등 극한폭염에 시달렸다. 폭염으로 인한 가뭄으로 물부족을 예상한 태국 정부는 올 7월초 물 절약을 위해 농민들이 이모작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국 농민들은 당국의 이같은 지시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5~6월에 이미 쌀을 수확한 다음 2번째 모내기도 모두 마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쌀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 입장에선 수출 호재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국의 쌀 수출량은 전세계 물량의 15%로, 인도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전세계 쌀 수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인도는 지난달 자국내 쌀값 안정을 위해 쌀 수출을 전격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전세계 쌀값이 급등했다. 인도 쌀 수출금지 1주일만인 지난달 27일 방콕의 쌀 거래가는 1톤당 62.50달러(약 8만1255원) 오른 607.50달러(약 78만9780원)에 달했다.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다.
현재까지 전세계 쌀 가격은 1년 사이에 14%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했고, 지난해 5월 밀 수출량 2위인 인도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밀을 대체할 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식량난과 인플레이션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달 12일 유엔이 발표한 '2023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현황'(SOFI)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인구의 19.7%인 2억81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2010년보다 77% 늘었다.
크리슈나 라오 인도쌀수출협회장은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세계 쌀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로부터 물량을 대체할 수 없는 바이어들은 갑작스러운 수출금지로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쌀수출 2, 3위국인) 태국과 베트남은 부족분을 충당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며 아프리카 바이어들이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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