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개념 시각화 아이들 교육에 필수적"
영국 수어(BSL, British Sign Language) 사전에 온실가스, 탄소발자국 등 환경과학 용어 200개가 새로 등재됐다.
영국왕립학회와 에든버러대학교 스코틀랜드감각연구소(SS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생물다양성, 생태계, 환경오염 등의 주제와 관련된 BSL 단어 200여개를 신규 등록했다. 청각장애인들도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담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기 위해서다.
SSC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이끄는 오드리 캐머런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11년간 연구자로서 활동하며 수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다른 연구자들의 말을 이해하거나 스스로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어 진정으로 참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대해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담론에 참여하고, 더 다양한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청각장애인들은 공식 수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단어를 표현할 때 고충이 따른다. 예컨대 영국인 청각장애인들이 온실가스를 표현하려면 'G-R-E-E-N-H-O-U-S-E G-A-S-E-S' 15개 철자를 일일이 손가락으로 표현해야 했다.
반면 이번에 수어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온실가스'를 수어로 나타내면 양손을 동그랗게 말아쥐어 가스를 나타내고, 왼손을 차단막처럼 편 뒤 오른손 검지로 아래 방향으로 직선을 긋고 다시 왼손을 향해 위로 그으면서 햇빛이 가로막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2초만에 표현 가능하다.
이번에 추가된 200개 단어는 영국왕립학회와 SSC 연구팀이 영국 중등교육과정 GCSE와 고등교육과정 A-level에서 생물다양성, 생태계, 환경오염 주제에 묶이는 기후변화 관련 용어를 추린 것이다. 향후 연구팀은 에너지, 지속가능성, 지구온난화, 탄소중립 등의 주제에 관한 용어를 400개 더 변환할 계획이다.
이같은 수어 과학 용어집 프로젝트는 영국왕립학회의 후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7000여개의 수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BSL 사전에 등재됐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각장애 학생 멜리사(13세)는 BSL 사전에 등재된 '온실가스'에 대해 "수어로 실제 가스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멜리사의 과학 선생님이자 본인도 완전히 청력을 상실한 농인인 리암 맥멀킨 씨는 "청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딜 가든 끊임없이 배우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만, 청각장애 학생들은 정보의 너무 많은 부분을 놓칠 수밖에 없다"며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수어는 시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따라서 학교에서 과학 수업시간에 수어가 동반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추가된 수어 용어는 SSC의 'BSL 용어집 - 환경과학 교육과정 용어'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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