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들 기후담론 참여 위해...英 수어사전 200개 용어 새로 등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4 15:26:36
  • -
  • +
  • 인쇄
탄소중립 등 400개 용어 추가 등재 예정
"추상개념 시각화 아이들 교육에 필수적"
▲영국 수어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온실가스' 표현법 (사진=SSC)


영국 수어(BSL, British Sign Language) 사전에 온실가스, 탄소발자국 등 환경과학 용어 200개가 새로 등재됐다.

영국왕립학회와 에든버러대학교 스코틀랜드감각연구소(SS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생물다양성, 생태계, 환경오염 등의 주제와 관련된 BSL 단어 200여개를 신규 등록했다. 청각장애인들도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담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기 위해서다.

SSC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이끄는 오드리 캐머런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11년간 연구자로서 활동하며 수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다른 연구자들의 말을 이해하거나 스스로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어 진정으로 참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대해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담론에 참여하고, 더 다양한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청각장애인들은 공식 수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단어를 표현할 때 고충이 따른다. 예컨대 영국인 청각장애인들이 온실가스를 표현하려면 'G-R-E-E-N-H-O-U-S-E G-A-S-E-S' 15개 철자를 일일이 손가락으로 표현해야 했다.

반면 이번에 수어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온실가스'를 수어로 나타내면 양손을 동그랗게 말아쥐어 가스를 나타내고, 왼손을 차단막처럼 편 뒤 오른손 검지로 아래 방향으로 직선을 긋고 다시 왼손을 향해 위로 그으면서 햇빛이 가로막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2초만에 표현 가능하다.

이번에 추가된 200개 단어는 영국왕립학회와 SSC 연구팀이 영국 중등교육과정 GCSE와 고등교육과정 A-level에서 생물다양성, 생태계, 환경오염 주제에 묶이는 기후변화 관련 용어를 추린 것이다. 향후 연구팀은 에너지, 지속가능성, 지구온난화, 탄소중립 등의 주제에 관한 용어를 400개 더 변환할 계획이다.

이같은 수어 과학 용어집 프로젝트는 영국왕립학회의 후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7000여개의 수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BSL 사전에 등재됐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각장애 학생 멜리사(13세)는 BSL 사전에 등재된 '온실가스'에 대해 "수어로 실제 가스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멜리사의 과학 선생님이자 본인도 완전히 청력을 상실한 농인인 리암 맥멀킨 씨는 "청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딜 가든 끊임없이 배우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만, 청각장애 학생들은 정보의 너무 많은 부분을 놓칠 수밖에 없다"며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수어는 시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따라서 학교에서 과학 수업시간에 수어가 동반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추가된 수어 용어는 SSC의 'BSL 용어집 - 환경과학 교육과정 용어'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ESG커넥트포럼] 전세계 재생에너지 본궤도..."트럼프도 못막아"(종합)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후

[ESG커넥트포럼] 김익 회장 "탄소중립 실현하려면 전과정평가 필수"

김익 한국전과정평가학회 학회장 겸 스마트에코 대표는 "공급망 관리없이는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김익 학회장은 25일 뉴스트리와

[ESG커넥트포럼] 이한경 대표 "中企 ESG대응, 규제상황부터 파악해야"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중소·중견기업들은 ESG 통상규제에 대응할 때 어떤 규제상황에 처해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ESG커넥트포럼] 이유수 연구위원 "분산에너지는 에너지 불균형의 대안"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망 건설의 난항에 따른 전력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ESG커넥트포럼] 석광훈 위원 "트럼프 2기도 재생에너지 혁명 계속될 것"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트럼프의 선언들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혁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석광훈 전문위원은 25일 뉴스트리와

[ESG커넥트포럼] 이유진 소장 "탄소중립 2.0 시대...한국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탄소중립 2.0 체제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도달해야 할 미래"라며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에 있어 에너지

기후/환경

+

[ESG커넥트포럼] 전세계 재생에너지 본궤도..."트럼프도 못막아"(종합)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후

[ESG커넥트포럼] 이한경 대표 "中企 ESG대응, 규제상황부터 파악해야"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중소·중견기업들은 ESG 통상규제에 대응할 때 어떤 규제상황에 처해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ESG커넥트포럼] 석광훈 위원 "트럼프 2기도 재생에너지 혁명 계속될 것"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트럼프의 선언들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혁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석광훈 전문위원은 25일 뉴스트리와

[ESG커넥트포럼] 이유진 소장 "탄소중립 2.0 시대...한국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탄소중립 2.0 체제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도달해야 할 미래"라며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에 있어 에너지

[COP29] '1.3조달러' 진통끝 합의...구속력없어 이행여부는 '물음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2035년까지 신규 기후재원을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827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1조3000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