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격?...COP28 의장국 UAE 그린워싱 '점입가경'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8 15:19:01
  • -
  • +
  • 인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유엔에 메탄 배출량을 지난 10년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COP28 의장이자, UAE 국영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CEO인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Sultan Ahmed Al Jaber)는 겉으로만 탄소중립을 외칠 뿐, 정작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의 그린워싱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는 10년동안 메탄 배출량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국영석유회사인 애드녹은 자사가 배출하는 메탄량보다 많은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알 자베르는 최근 세계 정부와 기업들을 향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등 자사·자국의 기후 오염에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래놓고 정작 아랍에미리트와 아르녹은 제대로 된 감축 목표와 배출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기후운동가들은 "이번 폭로와 더불어 아랍에미리트가 추진하는 석유 및 가스 생산 확대 계획이 역리더쉽을 보여주고 알 자베르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메탄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또 메탄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화석연료 개발로 인한 누출이 지목됐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메탄 배출을 줄이는 것은 기온 상승을 늦출 수 있는 빠르고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해왔다.

이에 유엔기후기구(The UN’s climate body)는 지난 2014년부터 각 국이 2년마다 메탄 배출량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등 대다수 중동 산유국들은 보고서를 꾸준해 제출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10년동안 해당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 7월 알 자베르 의장이 기후위기 방지를 위한 국가별 기여금을 유엔 새로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출하기로 돼 있는 보고서부터 제출하고 말해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애드녹은 메탄 배출 목표치를 공식 배출량보다 낮게 발표한 사실이 폭로됐다. 지난해 10월 애드녹은 2025년까지 메탄 외부누출을 전체 발생량의 0.1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지난해 열린 이사회에서는 누출 메탄량이 전체의 0.07%라고 보고한 것이다.

게다가 0.15%라는 메탄 목표치는 카타르(0.06%)와 사우디아라비아(0.14%)가 2019년에 달성한 수준보다 높다. 다른 산유국들이 이미 달성한 수치보다 더 높은 수치를 목표치로 발표한 격이다.

해당 수치를 발표한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2019년 UAE의 메탄 누출량 추정치는 3.3%"라며 "이같은 높은 수치는 고의적인 가스 배출 또는 지나치게 노후된 인프라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애드녹이 발표한 메탄 배출량은 실제와 다르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1년 애드녹은 업스트림 석유 및 가스 사업에서 배출되는 총 메탄 배출량을 3만8000톤으로 보고했다. 업스트림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원유탐사와 생산까지의 단계를 의미한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전체 메탄 배출량의 3%에 해당한다. 그런데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의 자료에 따르면 애드녹은 아랍에미리트의 전체 업스트림 석유 및 가스 사업의 62%를 점유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업스트림에서 애드녹이 차지하는 비중과 메탄 배출량 비중이 무려 59%포인트(P) 차이나는 것이다.

또 지난 7월 애드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목표에 판매하는 석유와 가스의 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스코프3'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즉 단순 운영으로 발생하는 탄소만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애드녹의 운영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7%에 불과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다른 10개 석유회사는 모든 배출량을 포함하는 탄소중립 서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 자베르 의장은 올 7월 "우리는 모든 곳에서 모든 배출을 공격해야 한다"며 "스코프1,2,3을 모두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비영리단체 링고(LINGO)의 켈 퀴네(Kjell Kühne) 연구원은 "새로운 화석 가스 프로젝트를 건설하고, 일관성 없는 목표를 설정하고, 메탄 배출량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것은 아랍에미리트가 정반대 모습을 보이는 세 가지 방법"이라며 "이 시점에서 리더는 말이 아닌 행동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기후변화 생크탱크 ECIU(Energy and Climate Intelligence Unit)의 가레스 레드먼드-킹(Gareth Redmond-King) 연구원은 "물론 개최국이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최소한의 신뢰는 있어야 한다"며 "알 자베르의 리더십은 거의 10년동안 자체 메탄 배출량 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아랍에미티르로 인해 신뢰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실은 COP28 의장으로서의 역할이 국영 석유 및 가스 회사의 CEO 역할과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 애드녹 대변인은 "2022년 업스트림 사업의 스코프 1, 2 배출량 데이터는 애드녹이 세계에서 탄소집약도가 가장 낮은 생산업체 중 하나임을 확인시켜준다"며 "우리는 고객과 협력하여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드녹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